집에서 집을 이사하다 (1)

어디론가 탈출하고픈 충동이 들 때

by 이영선

집과 작업실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어쩌면 이 지역을 떠나고 싶었는지 모른다. 몇 년간 망설였다. 떠나면 어디로 어떻게 떠나야 할지 몰랐다.


거주와 작업실로는 지금의 자리가 좋았지만, 아무래도 비슷한 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을 만나기가 힘들었고, 어느새 커리어가 외부로는 확장되지 않고 정체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품을 만드는 것은 늘 내 삶의 중심이었고, 그것에 가장 가성비가 있는 곳이 현재 내가 있는 곳이라 생각을 해서 이곳에 머물게 되었다.


이곳은 도심 내부에 교통체증이 많이 없고, 차로 어디든 많이 복잡하지 않게 갈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최근 몇 년 새 도시는 급격히 복잡해지고 산업화되고 있다. 전원도시 같은 아담하고 소소했던 도시가 그 맛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기에 사는 동안 몇 년 전까지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2-3시간만 일을 해도 최소 생활비 정도가 나오는 일이 꾸준히 있었다.


돈이 당장의 목적이었으면 더 벌 수도 있는 기회가 그전부터 많이 있었지만, 내게 중요한 건 가장 신경을 덜 쓰고 시간을 아끼며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삶이었다. 아침이나 점심 혹은 저녁에 차로 15분 내외의 거리를 계절마다 바뀌는 경치를 감상하듯 오가면서, 필요한 사람 이외에는 만날 필요가 없었다. 주차장에서 주차장으로 이동하면서 비나 눈을 직접 맞을 일도 거의 없었다. 집, 집 앞의 작업실, 근처 기업체나 대학교, 주변 초목으로의 소소한 드라이브가 나의 일상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하루의 시간은 차고 넘쳤다. 작업 외의 시간과 세상일은 단순할수록 좋았다. 나는 작업도, 일도 놀듯이 했다. 내겐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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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통합창작예술가. 장르와 경계를 녹여내어 없던 세상을 만들고 확장하는 자. 그 세상의 이름은 이영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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