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집을 이사하다 (3)

사주 명리학자를 찾아가다

by 이영선

연초에 부산과 우포늪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바다를 보고 싶었고, 봄에 다녀온 부산에 다시 가보고 싶었다. 그때는 벡스코 근처에만 잠깐 머물렀기 때문이었다. 나는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꼭 마무리를 하려는 습성이 있다.


새로운 마음으로 나를 돌아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마음껏 혼자를 즐기지는 못했다. 해당 지역에 있는 두 작가의 거주지를 방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다를 오래 볼 수 없었다. 나름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으나, 여행이 다 채워지지 않은 것 같아 다시 겨울이 끝나기 전에 우포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려 한다. 역시 여행은 혼자서 할 때 가장 깊어지고 풍성해지는 것 같다.


새해를 이전의 나와는 다르게 시작하고 싶었다. 올해는 좀 더 외부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졌다.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시에서 하는 Ai 교육을 신청했다. 쉬는 시간에 앞에 앉아 있던 사주 명리학을 한다는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유튜브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도 했다. 이 작은 도시에도 상위 2-3%에 속한다는 수익을 내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안 그래도 유튜브를 시작하려다 못하고 있는데, 내가 묻고 싶었던 질문에 대한 정답이 떡하니 나타나서 내 앞에서 걸어 다니고 있는 걸 발견한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사주나 예언과 같은 신비한 세상의 잡학다식에 흥미와 호기심은 느끼지만, 그런 것에 의존하고 싶지 않으므로 굳이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가끔 공포영화나 미스터리물을 보는 정도를 좋아하는 정도이다. 그리고 상담이라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답 없는 사람들끼리 일종의 역할놀이를 하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남이 뭐라고 한들 결정은 늘 자신이 좋은 대로 내리기 때문이다. 물어보기는 하는데 상대는 반사판이고, 사실 그냥 자신이 자신에게 하는 소리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살다 보면 사람들은 인생의 흐름에 대한 어느 정도의 통찰과 직관이 생기기 마련이라, 무속인이 아니라도 스스로 짐작하는 것들이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요즘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어설픈 상담사가 아니라, 옛날 골목마다 있었던 툇마루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 동네 사람들이 그 위에 앉아 밤낮으로 수다를 떨었다. 위험하지 않은 수다가 없어진 후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소소히 들어줄 사람이 아예 없어지니까 심리적 문제를 앓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솔직한 사람에게는 위험하고 골치 아픈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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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통합창작예술가. 장르와 경계를 녹여내어 없던 세상을 만들고 확장하는 자. 그 세상의 이름은 이영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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