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이사
억지로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당장 다음날 건물주에게 통보를 하고 작업실부터 처분하려고 했는데, 매일 이곳에서 보냈던 일상이 곧 달라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길을 잃고 불안해졌다.
문을 열면 높은 천장과 하얀 속살 같은 흰 벽에 햇빛을 가득 머금고 있는 내 스튜디오는 나의 작은 쉴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놓아도 다 아름다워 보인다. 특히 갖가지 색채가 도드라지는 내 그림들이 그랬다. 공간은 나의 존재를 작품처럼 담아내는 네모난 액자였다.
공간을 떠나려는 마음으로 출입문에 서서 공간을 바라보니, 도저히 이 안에서 일어났던 일상의 시간과 손수 가꾼 이 깨끗한 공간을 이렇게 급히 떠날 수 없을 것 같았다. 할 수 있다면 작업실을 그대로 들어서 다른 지역으로 가져가고 싶었다.
특히 그간 내 몸과 움직임에 잘 길들여진 시설 때문에 심란해졌다. 글이나 시각 작업은 넓은 집에서도 충분히 가능했지만, 춤은 불가능했다. 한 때 거실을 무용실로 꾸밀까도 생각해서 알아본 적이 있는데, 아무리 시공을 잘해도 구조상 아래층에 소음이 전달되는 건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마음껏 뛰고 구를 수 없는 작업실은 타협하기 힘들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파트는 왜 상가같이 튼튼하게 짓지 않을까? 마음대로 인테리어를 변경하고 뛰는 곳을 만들 수 있다면 사람들이 여러모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아파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세상엔 대부분의 것이 다 있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데, 이상하게 내가 찾는 것들만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춤의 공백기를 견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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