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집을 이사하다 (5)

집을 사랑하는 아이의 이야기

by 이영선

올해 들어 집을 떠나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태 잘 살아온 집을 구박하며 억지로 떠날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감성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판단해도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은 맞는데, 그 때문에 집이 내게 잔고장들을 일으키며 작은 반항을 하는 것 같았다.


집에 이사 온 게 엊그제 같은데, 가만히 있어도 집도 세상도 나의 모습도 시간을 먹고 난 후의 모습만 의식에 들어와서 그간의 좋은 추억들을 잊고 있었다. 노란 페인트도 칠해보고, 원하는 가구도 사보고, 최근에 작품들이 늘어나서 각 방이 창고처럼 물건들이 쌓여가기 전까지는 어느 아파트도 부럽지 않은 나의 예쁘고 아늑한 아파트였다. 생각해 보니 그 시간들이 엊그제보다는 더 길게 늘어져 있었다. 마음이 착잡해지면서 씁쓸한 무언가가 올라왔다. 몇 달 같았던 그 시간들이 벌써 그렇게 긴 세월이었던가......


정이 다 떨어지기 전에 뭐든 헤어지는 게 가장 좋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는 사물에 애착이 많아서 헤어지는 데 무척 힘이 들고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물건을 쉽게 바꾸거나 버리지 못한다. 이전보다 더 좋은 물건이나 공간을 만나게 된다면 조금은 쉽게 이별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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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통합창작예술가. 장르와 경계를 녹여내어 없던 세상을 만들고 확장하는 자. 그 세상의 이름은 이영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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