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인처럼
짐이 있는 상태에서 도배를 하게 되면 보양작업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가구 등에 비닐을 부착해서 먼지나 풀의 오염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벽지를 떼어낸 것을 바닥에 깔고, 별도의 새 벽지를 바닥에 깔고 도배를 하지만, 작업을 끝내면 여기저기 풀과 먼지의 흔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가구나 짐이라는 게 옮기고 끌어내어 다시 집어넣는 과정에서 오래된 먼지들이 어디선가 눈에 띄게 마련이다.
도배는 마치 집안을 감싸고 있는 커다란 피부와도 같다. 묶은 피부의 각질을 벗겨내듯이 온갖 침착된 불순물과, 오염을 벗겨내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도배가 완성된 집은 아이의 피부를 되찾은 몸처럼 보였다.
집은 몸이라고 했는데, 그게 물리적으로도 맞는 것 같다. 집에도 골조가 있고 그것을 지탱하는 콘크리트 근육, 피부와 같은 도배나 마감재, 그리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가구들은 마치 연골조직과도 같다고나 할까. 거기를 순환하며 생기를 주는 것은 그곳에 살아 움직이며 숨을 쉬는 인간들일 것이다. 집이 아픈 것과 사람이 아픈 것도 비슷한 원리인 듯하다. 어쩌면 모든 사물의 원리와 비슷할 것이다. 사물이나 사람이나 모두 낡아지고 다시 순환되는 방식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나름 깨끗하고 효율적으로 진행을 한다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천장 아래 있는 모든 짐들은 제자리를 떠났다가 다시 자리를 잡느라 집에서 집으로 새로 이사를 하는 과정과 똑같았다. 아니, 어쩌면 더 힘든 과정이다. 짐이 없으면 도배도 쉽고, 입주 청소 등을 통해 깨끗이 청소를 한 후 짐을 들여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아예 짐을 다 옮기고 마음껏 리모델링을 시도해도 좋을 뻔했다.
집의 표면 구석구석을 손으로 감싸며 작업을 하는 인부들에게 혹시라도 집에 이상이 있거나 수리를 해야 할 곳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뭔가 낡은 옷을 오래 입고 있는 것처럼 당장이라도 새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오히려 도배사분은 어떻게 가구 밑에 먼지가 없냐고 물으며, 심지어는 배수관을 점검하러 온 누수탐지가가 여태 다녀본 집 중에서 가장 깨끗하다고까지 했다. 아마도 자연스러운 시간의 노후화 이외에 생활의 흔적이 많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가족이 많은 집처럼 매일 요리를 하고 사람이 계속 머무는 집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집이 낡아서 무너지면 어떻게 하나 온갖 공포스러운 상상에 있었는데, 마음이 안정이 되는 듯싶었다. 역시 공포와 두려움은 이를 마주했을 때 해소가 되는 것 같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