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유행이 있다
집안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에서 쌓아 올린 것들을 솎아내고 싶었다. 온갖 것에 애정이 많은 나는 물건을 버리고 옮기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 편이라, 마치 혼자서 물건들의 공연을 보거나 이들과의 시간을 돌아보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명상을 하는 것처럼 내면의 이야기들이 지나가는 것을 모두 훑어야 했다. 시간은 걸리지만, 재미있다. 문제는 삶의 시간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 서둘러 정리하려 노력했다.
아끼면 똥 된다고 하던가. 버려야 할 것들 중에는 낡은 것들보다는 비싸게 사서 바라만 봤던 옷, 신발, 장난감들이 더 많았다. 언젠가는 입을 것 같았던, 상대적으로 비싸고 희소성이 있던 물건들은 결국은 버리고 공간을 공백으로 놔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큰맘 먹고 커다란 가방에 다 집어넣었는데, 아침이 되니 또 마음이 바뀌어 현관에서 물건을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하며, 결국은 한 번에 버릴 것을 세 번이나 나누어 왔다 갔다 하게 되었다.
쓰레기 수거차가 왔다가 가지 않았다면 다시 가서 내가 좋아했던 거북이 종 장난감 세트를 다시 꺼내왔을지도 모른다. 그냥 가만히 모셔만 두었는데도 흰 플라스틱 거북이 머리가 누레지고 있었다. 가끔 심심할 때 창가에 두고 실로폰처럼 나만의 간단한 음악 연주를 하기 좋았는데, 물건은 가만히 놔두면 오히려 삭아서 저절로 떨어지고 망가지는 것 같다.
‘다 기억할 수는 없어, 잊는 것도 삶이야.’
마음의 시간을 망각으로 보내버린다. 슬픈 듯한 어떤 느낌이지만, 그것도 곧 잊힐 것이다.
‘그냥 쇠붙이야, 거북이가 아니라 플라스틱이야, 유튜브에 더 좋은 음악이 많이 있어, 그냥 그런 거야…’
내게 강요한다. 나의 지나간 시간이 울컥 밖으로 나오려 한다. 나는 억지로 다시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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