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를 좋아하는 친한 친구가 추천해주었다. 둘 다 무릎인대를 다쳐 병원에서 처음 만나 서로 책 이야기를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그 친구랑 나랑 서로 나누었던 책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겼더라면 지금 우리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난 그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독서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처음 만났을 당시의 기억도, 우리가 나누었던 첫 번째 책 이야기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친구를 통해 책 읽기의 즐거움을 처음 경험했고, 책 읽는 좋은 습관이 생겼고, 지금은 이렇게 글로 남기고 공유하는 일이 즐거워졌다. 나보다 먼저 브런치 작가가 된 그 친구의 권유로 나도 뒤늦게 도전해 얼마 전 브런치 작가 초년생이 되었다. 이렇게 돌아보니 이 책의 제목처럼 책 읽기는 분명 삶을 바꾸는 오묘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책은 정혜윤 작가님의 다섯 번째 책이라고 한다. 연재한 글들을 모아 출간했던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처음으로 연재 없이 바로 집필을 했다고 한다. 마치 신제품을 바로 시장에 출시해 소비자들의 냉혹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나도 요즘 그런 기분이 든다. 발행을 누르기 전까지 몇 번씩 맞춤법 검사를 하고 고쳐 쓰기를 반복해도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도 과감하게 발행 버튼을 클릭한다. 왜냐하면, 세상은 내가 준비되었다고 자신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상은 조금 서툴러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해가는 나를 더 반겨주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몇 번의 고쳐쓰기를 하다가 과감하게 “발행”을 클릭했다. 공감해주는 독자들이 있고, 때로는 겸손하게 지적해주는 브런치 식구들이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던지는 다음의 8가지 질문은 아래와 같지만, 모든 궁금증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답변이 있다면 “사색하며 꾸준히 읽고, 쓰고, 말해라!”이다.
#1. 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2. 책 읽는 능력은 없는데 어떡하나요?
#3.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4.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요? #5. 책이 쓸모가 있나요?
#6. 책의 진짜 쓸모는 뭐죠? #7. 읽은 책을 오래 기억하는 법이 있나요?
#8.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라는 두 번째 궁금증에 대해 저자는 책 읽는 능력은 따로 없지만, 책을 읽는 데 필요한 능력은 자신을 채우고 있는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리듬과 질서를 받아들이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는 답변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자신을 채우고 있는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리듬과 질서를 받아들이는 능력은 꾸준한 독서와 사색 그리고 실천을 통해 길러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히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글로 써보고, 쓴 내용을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책이 위로가 되고, 쓸모가 있음을 깨닫게 되고, 읽은 책을 오래 기억하게 되고, 어떤 책을 읽을지 나름의 기준이 생기지 않을까? 그리고, 남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며 스스로 성장해가고, 모든 것을 새롭게 보게 하고, 말할 수 없었거나 말하기 어려웠던 것을 말할 수 있게 해 주고, 타인을 용서하고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얼마 전부터 술을 자주 먹던 친한 직장 동료들과 작은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서로 바쁜 시간을 쪼개어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해주고, 서평을 작성하여 공유하고, 만나서 술 한잔 기울이며 글로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그래서 독서 모임의 이름을 “독주당(讀酒黨)”으로 정했다. 그리고서 독주당 모임의 취지와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고민하다가 강원국 선생님의 말씀을 슬쩍하여 우리 모임의 특성을 하나 추가했다. 그런데, 만들고 보니 꽤 괜찮은 표현이 되었다. 정혜윤 작가님의 책에 소개되는 8가지 질문들에 대한 나의 대답이기도 하다. “읽으며 소유하고, 쓰면서 공유하고, 마시며 향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