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낸 삶, 살아진 삶

기도

by 김영웅

살아낸 삶, 살아진 삶


마침내 살아낸 삶도 살아진 삶으로 고백하는 삶. 능동태가 수동태로 고백되는 삶. 내가 소망하는 삶이다. 이때 절대 잊지 말 것, 혹은 실수하지 말 것이 있다. 현재는 반드시 능동적으로 살아낼 것. 그러기 위해 주체를 확립할 것, 즉 나의 정체성과 사명을 알 것. 나의 모든 능동은 순종을 위하고 또 순종을 향한다.


인도받는다는 명목으로 내가 누구인지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 채 현재를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본다. 자발적인 모든 것을 악마화하고 거세시키려는 사람들. 스스로 로봇이 되어 그것이 참 순종이라 믿는 사람들. 모든 능동을 인본주의라고 비방하면서도 그 행위 자체가 인본주의의 끝판왕임을 모르는 사람들. 어리석고 어리석은 사람들. 주체를 확립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순종이라는 거룩한 행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한편, 살아진 삶을 살아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든 걸 자기의 성취로, 영광으로 돌리는 사람들이다. 모든 은혜를 운과 우연으로 돌리고 과거 역사를 세탁하여 합리화하고 스스로 왕으로, 아니 신으로 등극하는 것을 자처하는 사람들. 교만의 극치. 세상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 부류에 속한다는 어이없는 진실.


살아내야 할 삶을 살아내지 않고 마치 처음부터 살아진 삶이 가능해진 것처럼 믿는 어리석은 사람도, 살아진 삶을 스스로 살아냈다고 경솔하게 말하는 교만한 사람도 아닌, 내가 누구인지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바로 알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로 그 삶을 일상에서 살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애쓰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성령을 로봇조종사로 둔갑시키고 자신의 게으름과 어리석음을 성령인도로 포장한 악인이 아닌, 사적인 유익을 내려놓고 타자와 세상을 살리는 사명을 자발적으로 감당하고 순종하는 선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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