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연결과 문제해결을 위한 융합에 대한 소고
<융합은 현실에서 가능한가>
융합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성에 기반해 연결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는 아주 이상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능할까요. 저는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융합은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와 신뢰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뤄지는데, 우리 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융합은 그 분화를 거슬러올라가는 패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분화된 것을 하나로 엮어내어 근원적 질문과 근본에 다가가려는 것이 융합의 본질인 것입니다. 하지만 융합을 표방하면서도 각 학문이 자기중심적 이기주의를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현재의 모습입니다. 이는 철학과 사회과학, 기술 등을 통틀어 비슷한 양상입니다. 관련된 책을 통해 느낀 것은 타 분야에 대한 인정과 이해, 그리고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온전함에 가까운 융합을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융합에 대한 이야기는 사그라들줄 모릅니다. 설익은 이해를 바탕으로 무분별하게 연결하는 것을 모두 융합으로 포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에게 직면한 현실적인 과제들과 학문발전의 흐름은, 융합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다른 영역의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고,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를 가져와 적용해서 빛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성과 현실에서 가치로 만들어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전문성의 본질인 깊이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융합이 추구된다면 결국 그 자체로 소비될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융합을 하려는 목적은 결국 다학제 또는 협력을 통해 문제해결을 하는 것입니다. 목적을 상실한 무분별한 남발은 낭비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소진될 뿐입니다.
융합을 그저, 포장하기 쉬운 기치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이면에는 이해와 신뢰,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자리해야 합니다. 융합을 표방한 연구와 활동이 구호에 그치는 것은 이것에 소홀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면 서로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에 그치기 쉽습니다. 이해와 신뢰없이는 방향을 정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source=http://www.gruene-fraktion-bremen.de/>
'생각의 경계'라는 책에 따르면 어떤 상황에 접했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를 남보다 먼저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상황과 관련된 지식이 남들보다 풍부하고, 관련 지식들이 상호간에 잘 결합된 사람이라고 합니다. 창조적인 사고 역시 낯선 것과의 만남 즉 경계에서의 연결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융합의 범주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다양한 것을 배우고, 여러 곳에 다리를 걸쳐놓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지식을 쌓고,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경험을 통해 재해석하고, 이것을 통해 지식과 실제의 조화를 이루고, 경계를 넘어 다양한 연결의 지점을 열어. 깊이와 넓이를 모두 추구하는 것, 이것이 융합의 과정이자 목적일 것입니다.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기 힘든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나의 깊이만 다지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연결해내는 역할을 하는 이가 더욱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새로운 발견을 통해 가치를 이끌어내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융합을 이뤄내는 연결자가 사회안에서 제대로 기능하기를 바래봅니다. 분명 필요한 역할입니다. 그래서 고민을 풀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