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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건반 학습 이야기

패턴반복과 점진적인 개선 관점에서의 건반 학습

<김창준 (June Kim) 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정리해본 나만의 건반 학습 이야기>


아직까지도 꾸준히 하고 있는 연습이 ‘학교 종이 땡땡이’ 와 ‘신데렐라는 어려서’ 라는 곡이다. 각각 C 코드와 G 코드로 시작하는 매우 단순한 곡이다. 아주 간단한 수준의 멜로디 연주부터 시작해서 컴핑을 만들거나 리듬스타일을 바꾸는 등의 시도를 한다. 컴핑이 생각보다 중요한데 밴드에서 건반연주자가 밴드의 사운드를 풍성하게 하는 게 크게 기여하는 요소이기도 하고, 전체의 연주를 돋보이는 데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반주를 하게 되면 여러가지 상황을 겪는다. 갑작스레 시작코드가 바뀌거나 다른 연주자의 실수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때도 있다. (실수를 실수로 두지 않고, 자연스레 흐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클래식 전공자들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하는 부분이 패턴발견과 자연스레 흐르게 하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일반적인 코드 진행은 2-5-1 의 패턴을 가지고, 이에 sus4 / 9 을 넣는 식으로 세세한 요소를 적용한다. 이를 통해 크게는 같은 흐름이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장치로 삼는다. 재즈에서의 임프로바이제이션과 같은 각종 즉흥이 가능한 것은 시작과 끝에 대한 공통된 약속이 있기 때문이고, 이에 대해 대략적인 상호간의 감을 잡을 수 있다면 처음 약속된 것보다 화려하거나 시간이 넘는 등은 충분히 용인된다. 처음과 끝에 대한 패턴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센스있는 반주자로 인식되는 사람들은 그 중간에서 매우 미묘한 코드를 넣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 하나의 코드만 보자면 굉장히 뜬끔없는 것 같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어우어진다면 훌륭한 화음이 된다.  


어려운 곡을 준비할 때, 패턴에 대한 인식은 더욱 유용하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먼저 접근하다. 어려운 부분은 쉬운 패턴으로 변화시켜 우선 구현한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곡을 구성하는 코드와 스케일에 대해 파악하고 나면 디테일을 살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물론 디테일을 살리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들지만, 처음부터 디테일을 살리면 곡을 완성해나가는 것보다는 에너지가 덜 든다. 그리고 청중과 활용 관점에서 유용하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청중은 악기 연주 하나하나의 세세한 수준에 큰 관심이 없고, 그렇게 연주한다고 해도 주목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청중은 완성된 하나의 소리를 인식하지, 개별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처음 보는 곡에 대한 연주를 부탁받으면, 3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창 음악을 연주할 때의 기준이다. 10분 정도 그 곡의 음원을 듣고, 10분 정도는 그 곡에 맞다고 가정한 코드로 연주를 해보고, 10분 정도는 음원듣기와 연주를 동시에 한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개략적인 연주가 가능하고, 그 다음부터는 음원에서 실제 연주를 가정해서 고려되지 않은 요소를 추가하거나 스튜디오 위주의 요소를 제거하는 형태로 나만의 연주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그 곡은 내가 연주할 수 있는 나의 라이브러리가 된다. 다음에 이와 패턴이 비슷하거나 시작 코드가 같은 곡을 연주할 때에는 위에서 활용된 몇 개의 패턴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익숙하게 연주하게 된다. 보통은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지는 곡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0대 초반의 나는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완벽할 정도로 카피하는 데 연습의 목적을 두었다. 이러한 방식의 문제점은 혼자 연습할 떄는 괜찮은데, 합주를 하게 되면 합을 맞추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각자의 역할에 맞춰 함께 연주하는 데 집중하거나 혼자 돋보일 타이밍을 잡는 것 역시 전체 패턴에 대한 숙지가 이루어진 후에 가능하다. 처음부터 완벽한 곡을 연주하는 게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틀을 먼저 만들고 점차 살을 붙여나가는 방식이 훨씬 함께 연주하는 방식에는 어울리고 효율적이다. 그때야 비로소 함께 연주하는 것에 대한 재미를 느낀다. 프로페셔널 레벨을 처음부터 지향하지 않는다면 연주 자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학습/교육하고 개선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다. 나는 디테일한 개선을 만드는 것에 매우 큰 희열을 느꼈다. 일반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코드를 넣고 정규적인 코드로 무사히 돌아올 때의 기쁨은 연주자가 누릴 수 있는 큰 기쁨 중 하나다.


위에 이야기한 패턴과 디테일에 대한 것은 건반 연주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학습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처음부터 빌드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용하고 잘 알려진 도구를 활용해 개인화하는 작업을 하는데,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통계모델을 만들거나 하는 등에도 반영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드시 해야 하는 어려운 것들도 처음에 하면 막연하고 두렵게 느껴지지만 스스로의 학습성장을 위해 도전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배우거나 어떤 경우는 매우 자연스럽게 체득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에 정해진 순서가 있다거나 처음부터 많은 레퍼런스를 가지고 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 편이다.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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