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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데잇걸즈를 하고 있나

데잇걸즈 1~3기 프로덕트 매니저의 속마음

얼마전 ‘왜 데잇걸즈를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고 간단히 답변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데잇걸즈를 시작한 것은 2년전 ‘여성SW인재 수급활성화 사업’ 이라는 어마무시한 일에 합류하면서입니다. 데잇걸즈의 모체사업입니다.

당시 저는 미국에 한달간 다녀오며 기술과 다양성, 커뮤니티의 힘을 한껏 체험한 상태였고, 우리만의 무언가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류의 기회를 얻어 데이터와 IT, 걸스의 합성어로 데잇걸즈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데이터 분야의 여성인재를 양성한다는 슬로건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여성 대상의 교육은 섬세함, 감수성, 디자인과 같은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아직도 특정 분야에 공급이 부족하고 여성이 감수성이 뛰어나니 이 분야를 타겟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선입견과 숫자에 함몰된 판단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에서의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첫해에는 그리 썩 잘해내지 못했습니다. 모든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많은 요소를 교육하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정작 엔트리레벨에서 필요한 요소에 집중해 성장가능성이 높은 인재를 양성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이듬해부터 ‘데이터 분석’ 의 핵심요소와 애자일을 비롯한 소프트 스킬을 접목해 컨셉을 구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쟁력 있는 교육과 학습을 통해 성장하고 종내에는 커뮤니티로 이어지게끔 하는 축적형 시스템에 대한 구상과 실천도 작년부터입니다. 올해에는 더욱 요소를 줄이고 SQL 과 같이 일반적인 데이터 교육과정에서 소홀하지만 실무에서는 중요한 요소에 크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른 소기의 성과도 있습니다.

큰 시장을 목표한 다각 전략이 아닌 작은 시장에서의 중요한 포션을 가져가는 일종의 엣지 전략인 셈입니다. 많은 교육에서 중요한 요소를 모두 다루다가 정작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나타냅니다. 한정된 자원에 대한 고려와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대한 철학 기반의 단호한 대처가 부족해서인 탓도 있습니다. 단단하게 마음먹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사실 아직도 개선해야 할 것이 있고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진 한계가 데잇걸즈의 성장에 병목으로 작용한다면 기꺼히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생들의 학습과 성장이기 때문이고, 이 세상에는 저보다 더 역할을 잘할 분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은 데잇걸즈의 PM은 영광된 자리만은 아닙니다. 교육 이외의 많은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고 교육의 현장도 챙겨야 합니다. 과정의 고단함이 참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지속했던 것은 감히 제가 젠더 관점에서 사회적 문제를 푸는 과정에 있다는 자부심과 교육생들의 성장을 보는 보람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요즘 거의 매일 데잇걸즈와 관련된 소식을 공유하고 알리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이들이 잘되었으면 좋겠고, 이게 제가 지금의 자리에서 해내야 할 중요한 마지막 미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일과 관련해서는 그 어떤 자존심도 세우고 싶지 않습니다. 심히 부족하여 도움이 절실하니 구할 뿐입니다.

무엇보다 교육생들을 정말 자신있게 세상에 선보이고 연결하고픈 마음이 있습니다. 정말 잘 성장했고, 신입을 준비하는 이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숙련도와 열린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킬은 날카로운데, 대화는 부드럽고, 조율을 할 수 있는 인재들입니다. 이런 인재 찾기 어렵다는 거 다들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2019.12.13(금) 오후를 꼭 비워두세요. 그리고 잘 성장해온 이들의 현재를 맘껏 담아두시고, 앞으로의 성장에 좋은 동료가 되어주세요. 데이터 분석가로 잘 자라난 이들의 가능성과 미래에 투자해주세요. 온 마음과 정성으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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