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 중에는 그 역사가 공룡이 출연한 2억3000만년전, 아니그 이전부터 이어져 온 종류가 많다. 예를 들어 4억7000만년 전 처음 육지에 등장한 이끼류,3억6000만년 전에 나타난 고사리류, 그리고 2억8000만년 전부터 번성하기 시작한 소철류를 꼽을 수 있다. 도심 속 가로수로 흔히 볼 수 있는 은행나무 역시 2억7000만년 전 처음 출연한 이후 거의 변함없는 모습으로 이 땅에 살고 있는 가장 오래된 나무 중 하나다. 공룡과 함께 살던 식물들이 '살아있는 화석'처럼 지금도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은 정말 신기하고 경이롭다. 우리가 집에서 키우는 반려식물이 수억년의 진화 역사를 지닌 지구의 선조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그 식물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반면에,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에 등장한 지 고작 30만년 밖에 되지 않았다. 식물의 역사에 비하면 정말 짧은 시간이다. 만약 이끼류 같은 육상 식물이 처음 나타난 시점을 0시로 하여 지금까지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으로 놓고 본다면,양치류는 새벽 5시 반쯤, 소철류는 오전 9시 반쯤 등장했고, 정오가 좀 지나 공룡이 출현했다. 최초의 꽃식물과 벌은 오후 5시가 다 되어서, 그리고 인류는 자정 직전인 밤 11시 59분에야 지구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 된다. <조선일보 박원순의 도시의 정원사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