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을 건 스포츠 리그전
매년 11월, 3학년들의 기말고사가 끝나면 스포츠 리그전이 열린다. 기말고사까지 끝낸 학생들을 위로하고, 이때부터 바빠질 선생님들을 위해 시간을 벌어주는 체육과의 작은 배려이다. 남학생들은 이 리그전에 사활을 건다. 칠판 가득 전술을 짜고, 교실, 복도, 운동장을 가리지 않고 둥글게 생긴 물건만 보이면 현란한 기술을 선보인다. (그러다 선생님들한테 혼나기 일쑤다.) 눈에서 이글이글 불이 뿜어져 나올 것만 같다.
반마다 에이스 선수가 누군지, 누가 올해 우승을 차지할지 점치느라 흥분한 아이들 덕에 리그전이 펼쳐지는 동안에는 수업 진행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경기가 있는 날 아침이면 교실 분위기는 더 뜨거워졌다. 모든 대화의 주제는 단 하나, 축구. ‘시험공부할 때 이런 집중력을 발휘했다면 정말 크게 될 아이들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지만, 이 시기만큼은 선생님들도 굳이 잔소리를 얹지 않는다.
사실 교무실도 교실과 분위기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선생님들의 신경전도 아이들 못지않았고, 진작에 패배한 반의 담임선생님들은 이 사태를 관망하며 누가 이길지 내기를 하며 신이 났다. 이럴 때 보면,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똑같다.
우리 반은 초반 우승 후보에 이름을 올렸었다. 남학생들 중 꽤 발이 빠르고 믿음직한 선수들이 몇 명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저희가 상금 받으면 선생님 뭐 사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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