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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엄마선생님 Dec 02. 2024

사랑을 노래하는 엄마

Love You Forever

아이는 엄마의 영어실력 보다, 엄마가 영어를 대하는 태도를 느끼고 배운다.

                                                                                                        -엄마품 영어그림책 강의 중


영어는 언어다. 우리말이나 영어나, 의사소통의 도구인 것은 매 한 가지. 의미가 통하고, 뜻이 전달되었다면 그 쓰임을 다 한 것이다. 오늘, 아이들도 그저 그림책 한 권을 온전히 즐기고 책장을 덮었다. 그것이 단지 영어로 적혀있었던 것뿐. 누구 하나 얼굴 붉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엄마품 영어그림책을 시작하고 우리가 함께 읽은 책은,

[Love You Forever]

아기서부터 어른이 되어 독립할 때까지 성장하는 동안 엄마는 아들이 잠들면 한결같이 아들을 안고 노래를 부른다. 늙고 병든 어머니는 더 이상 노래를 해줄 수 없게 되고,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안아 들고, 늘 어머니가 해주시던 노래를 불러준다. 집으로 돌아와 갓 태어난 자신의 딸을 안고 같은 노래를 부르는 아들의 모습에서 '내리사랑이란 이런 것이다'를 마음으로 느끼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작가가 죽은 아이를 출산하고 쓴 책이란 사실을 알고서부터는 더 애틋하고, 아끼는 책이 되었다.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안은 엄마의 모습을 그렸던 것일까. 그 속은 짐작조차 할 수 없이 까마득하리라.

엄마품 영어그림책을 시작하기에 이보다 더 안성맞춤인 책이 있을까 싶다.


                                                                                                                    



소파에 앉아 혼자 책을 펼치고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왜 저러지? 호기심 어린 눈동자 네 개가 나에게 와서 박힌다. 모르는 척, 목소리를 조금 더 높여 불러본다. 슬금슬금 다가와 내 품에 안겨 노래를 듣는 아이들을 꼭 안아주고 다시 한번 더 노래를 부른다.

I'll love you forever,
I'll like you for always,
As long as I'm living
my baby you'll be.

 

노래 끝자락에 나오는 가사처럼, 아들이 커서 어른이 되어도 엄마 눈엔 여전히 아기. 우리의 부모님이 그러하고, 또 그 부모님이 그러했을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뻔한 것일지라도 그림책에서 다가오는, 그림책이 줄 수 있는 감동이다. 두 딸들에게 이 노래 들려줄 때마다 뭉클하다. 눈시울이 붉어져 천정을 한 번 꼭 보고 마음을 다잡아야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둘째는 책 속의 귀엽던 아기가 커가는 모습, 젊었던 엄마가 할머니가 되어가는 모습을 콕콕 집어낸다. 아들은 커가면서 엄마의 품을 점차 벗어난다.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는 엄마보다는 친구가 좋아지고, 또 언젠가는 집을 떠나 자신의 둥지를 새로이 틀 것이다. 어쩌면 책 속의 엄마는 밤이 아닌 낮에도 아들을 안고 노래를 불러주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큰 만큼, 오히려 조용히 아들의 성장을 응원하는 모습이 마음을 울린다.








함께 책을 읽는 동안 내용을 딱히 우리말로 해주지 않았는데, 그림으로 때려 맞히며 아들이 나빴단다. 생각이 흐르는 대로 가만히 지켜보았다. 예전 같으면 바로바로 단어를 짚어가며 '이건 그게 아니고 이거다, 이런 뜻이다'를 일장 연설했을 텐데. 아이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엄마"니까, 그냥 아이와 공감하고, 그 생각을 품어주어야 한다는 간단한 원칙을 잊고, 지금껏 선생님 노릇을 하려 했다는 걸 오늘 또 깨달았다. 


매 페이지 반복되는 노래를 어느새 마지막엔 함께 부르고 있었다. 나의 넘치는 사랑이 너희에게 와닿았으려나. 이렇게 닿은 나의 마음이 언젠가 딸들이 엄마가 되어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줄 때 다시금 떠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랑이 그렇게 대를 물려 더 큰 사랑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매일 조금씩 함께 읽고, 웃고 싶다.






[덧,]


며칠 후, 둘째가 혼자 놀다가 흥얼흥얼거린다. 가만히 들어보니, 책 읽으며 함께 부른 노래다.

빙그레, 웃음이 났다.

혼자 부를 땐 조용히 듣느라, 다시 함께 부르며 촬영했다. (생목 주의!!)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Some Day] by Alison Mcghee and Peter h. Reyno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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