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내 가시를 모르고
성큼 다가와 웃음 속에 손을 뻗는다
찔리고는 달음질치며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나는 무수히 지켜보았다
그럴수록 나는 더 뾰족하게
가시의 날을 세우고 또 세웠다
그럼에도 궁금한 눈빛 하나로
누군가는 다시 성큼성큼 내 앞에 선다
왜 나는 가시나무로 태어났나요
상처 주며 스스로 작아져가는 나를
견디다 마침내 앙상하게 남게 하기 위해
이 세상에 보내셨나요
나도 플라타너스였더라면…
때론 쉬어갈 그늘이 되어
때론 맑은 숨결로 사람들 곁에 서서
세상과 어우러져 살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나는 또 한 번 떨며 묻는다
그 누군가의 발걸음은 진짜일까
아니면 또 한 번 찔리고 달아날 준비일까?
나는 오늘도 홀로 서 있다
쉽게 다가와 함께할 수 없으니
때 묻을 일 없고
나를 더럽힐 일도 없다
그렇게
순결하고 정결한 채로
우두커니,
이 자리에 순종하며
조용히 말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