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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잔향 26화

백의종군

[헌시] 조선을 이어 대한에 길이 남을 그분의 영령을 기리며

by 이제이

벼슬을 벗기운 채
억울함의 옷자락을 두른다 해도


나라를 향한 마음
백성을 향한 눈물
그 충심은 옷깃 하나로 가릴 수 없었네


왕은 시기했고
권력은 그를 밀어냈지만

왜적이 다시 밀려드는 바다 앞에서
그를 대신할 자 누구였던가


흰옷을 걸친 몸이라도
군영에 발을 들이고
백성과 한 줄에 서서


칼을 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명예보다 나라를,
권위보다 백성을,
자신보다 충심을 앞세운 이여


그대의 일생은
흰옷이 아니라
붉은 피와 푸른 바다로
기억되었으니


짙은 밤 검푸른 바닷가,

선명한 흰 옷과

시퍼런 그대의 칼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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