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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잔향 24화

지켜주소서

by 이제이

그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깊고 작은 눈 속에서
무수히 많은 별들이
쉴 새 없이 반짝거립니다.

통통한 볼과
입가를 살짝 올려 지은 미소로
저를 은은히 바라보는 그 아이,
맑고도 사랑스러운 그 아이는

왜 늘
천천히 걸으며
조용히 말하고,
그 말끝마다 힘이 닿지 않는 듯
가볍게 흩어지는 것일까요.

찬찬한 걸음 속에서
왜 벌써
쓸쓸함과 고단함이
묻어나는 것일까요.

몇 마디 나누어 보아도
별만큼 총명한 마음이 가득한 아이인데,
무엇이 이 아이의 어깨를 눌러
햇빛 대신 별빛 같은 그림자를
그 위에 드리운 것일까요.

그 아이의 걸음과 목소리에
다시 힘이 돌아오게 하소서.
저를 쓰셔서
이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줄 수 있도록
제게 보내신 것입니까.

그렇다면 그러하겠나이다.
비록 물질로 맺은 인연이었으나,
보아버린 눈은 외면할 수 없음을
제게 아시게 하셨으니
그렇다면 그러하겠나이다.

지켜주소서.
그리고 제게 힘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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