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아이가 산만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ADHD일 수 있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멍하니 창밖만 바라봤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내 마음도 흔들리고 있었다. ‘산만하다’는 말은 익숙했다. 집중을 오래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어느 순간에는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거나 화를 내는 아이. 하지만 그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를 알기까지, 나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엔 훈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되고 안 되는지를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고 믿었다. 어른 말을 안 듣는 건 버릇없는 거라고, 규칙을 지키지 않는 건 게으른 거라고 단정 지었다. ADHD라는 진단은 아이를 위한 이름표라기보단,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 같았다. 나는 그렇게, 아이의 마음보다 나의 기준을 먼저 앞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그런 나를 조용히 무너뜨렸다.
밤마다 찾아오는 불안으로 자주 깼고, 작은 일에도 울먹이며 내 손을 꼭 붙잡았다. 아이는 늘 묻곤 했다.
“엄마, 나는 왜 그래? 나, 이상한 애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심장이 조여왔다. 내 아이가 스스로를 ‘이상하다’고 여길 만큼, 우리는 그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순간부터 나는 바뀌기로 했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는 사람이 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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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의 ‘문제 행동’ 뒤에 숨은 마음을 보기 시작했다. 산만한 듯 보였던 행동은 사실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두뇌의 특성이었고, 쉽게 흥분하거나 분노하는 모습은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 기능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뇌 발달의 차이는 비단 ‘훈육’이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신의학자 대니얼 시겔(Daniel J. Siegel)은 그의 저서 The Whole-Brain Child에서 “아이의 뇌는 ‘조율’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아이가 혼란스러워할 때,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아이의 감정에 먼저 공감해 주고, 그것이 무엇인지 이름 붙여주며, 함께 안전한 감정의 공간을 만들어줄 때 비로소 뇌가 통합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약을 먹기 전에, 나는 아이에게 더 많은 시간을 주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고, 아이가 좋아하는 레고를 함께 맞추며 한 조각 한 조각 마음을 맞춰나갔다. 아이가 울 때 “왜 우는지 모르겠어?”라고 묻기보다는, “속상했겠다”는 말을 먼저 건넸다. 그러자 놀랍게도 아이는 전보다 훨씬 덜 울고, 훨씬 자주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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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의 아동발달 연구(Harvard 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에 따르면,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적어도 한 명의 지속적이고 반응적인 성인의 존재”라고 한다. 그 존재가 아이에게는 곧 ‘회복탄력성’의 뿌리가 되며, 신경발달의 가장 강력한 보호요소가 된다고 한다. 약보다 더 강한 치료제는, 결국 사랑과 안정감, 그리고 함께 하는 시간인 셈이다.
ADHD는 ‘결핍’이 아니라 ‘다름’이다. 아이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다. 이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수용과 더 깊은 신뢰가 필요하다. 약은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아이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회복시키는 건 부모의 ‘확실한 존재감’이다. 나는 그 사실을 내 아이를 통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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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말해줄 수 있다.
“괜찮아, 너는 아픈 게 아니야. 너는 조금 더 예민하고, 조금 더 느리고, 조금 더 다를 뿐이야. 그리고 엄마는 언제나 너의 편이야.”
그 말을 들은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으며 말한다.
“엄마는 진짜 마법사 같아. 엄마랑 있으면 나도 괜찮아지는 것 같아.”
아이는 아직도 가끔 산만하고, 때론 말썽도 부린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모습조차도 아이의 언어라는 걸 안다. “나를 봐줘”, “나 힘들어”, “엄마, 나 여기 있어”라는 무언의 외침. 그리고 나는 그 외침에 기꺼이 응답하는, 단 한 사람의 수호자가 되기로 했다.
약이 아니라, 사랑으로.
내 아아는 ADHD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랑받아야 할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