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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바리 Jul 30. 2018

나는 조향사가 되고 싶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영화가 있다..


향수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프랑스 그라스 지방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예상과 다르게 천재적인 후각을 지닌 남자가 결국 
무려 13명이나 되는 여인들의 체취를 얻기 위해 살인을 통해서
향을 창조하는 다소 사이코패스적인 내용인 데다
정말 충격적인 것은 단두대 앞에서 그가 만든
향수를 뿌릴 때.. 사람들이 열광하고 죄를 용서받는...
정말 충격적인 내용이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조향사는 뜻 그대로 향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필자 어릴 때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바나나 지우개의 향이 참 좋았다..
지우개 향이 너무 좋아서 지우개를 한 움큼 베어 물었던 적이 있었다..
당연히 맛이 없지...
그래도 입안 쪽 깊숙이 코끝에 남는 바나나향은
정말이지 감미로웠다..


© groosheck, 출처 Unsplash



필자는 커피맛을 잘 모른다..
그래서 여전히 일명 봉다리커피라 불리는 믹스커피를 선호하고
어쩌다 아메리카노로 대변되는 저 유명한 스타벅스의 커피도
항상 쓰게만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데 스타벅스 매장 내에 은은히 퍼지는 커피 향은 정말 좋다..
점심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려 줄을 서고
자리도 없어 서서 마시면서도 커피 향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아참 말 나온 김에 스타벅스의 상호 STARBUCKS는
허만멜빌의 소설 모비딕에서 나오는 일등항해사의 이름이라더군..


© maxlkt, 출처 Pixabay



우리가 장례식 때 피우는 향은 원래는 시신 썩는 냄새를 감추기 위한 도구라 하더군
지금이야 염을 하고 장례를 마칠 때까지 시신을 잘 보관하는 시설이 돼있지만
필자 기억이 맞다면 필자가 초등학교 4학년 때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집 대문에 근조 노란등이 걸렸고 
아버지와 형제들은 누런 삼베옷을 입고 머리에 짚새기를 두른 관을 쓰고
지팡이를 짚고 아이고~ 아이고~ 하는 곡을 하며
할아버지가 계시던 방에 병풍이 쳐지고( 당연히 할아버지 시신이 있고 )
집안 곳곳에 향내가 진동을 하였다..



어린 나이에 필자가 살던 골목길 대문 앞에 노란 근조 등이 켜지면 불그스레한 분위기와
할아버지 시신이 아른거려서 무서워서 잠도 못 자고 했던 기억이 어슴프레 떠오른다..

사실 향수도 목욕을 하지 못해 자신의 악취를 감추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고
장례식의 향도 고인의 시신 악취를 감추기 위한 도구였다고 한다.

나는 무엇을 감추기 위한 도구의 조향사가 아니고
노래 가사처럼 사람 냄새가 나서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필자 20대 초반 방황하던 시절 얼음이 꽁꽁 얼었던 그때 오대산에서 헤맸던 적이 있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자 산은 급격히 어둠에 휩싸였다..
필자는 플래시 불빛에 의지해 서둘러 산을 내려가고 있는데
무언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벌벌 떨어야 했다..
아무리 걸어도 사람 한 명 구경하기 힘들고 그저 내가 밟는 무게에
작은 돌들이 굴러 떨어져도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했다..
얼음 사이로 간간히 들리는 냇물 소리는 파도소리보다 크게 들리기 시작했고
바스락거리는 들짐승 소리와 어쩌다 얼굴이나 몸에 부딪히는 나뭇가지에
너무 놀라 머리카락이 쭈뼛서고 비명도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 jakemelara, 출처 Unsplash


얼마쯤 갔을까? 강렬한 냄새가 났다...
풀냄새 물 냄새 숲 내음이 아닌 정말 색다른..
뭐랄까? 갑자기 공포가 사라지고 안도의 숨이 내쉬어지는
그런 편안한 냄새...
그렇다... 사람 냄새였다...


나처럼 늦은 산행을 하던 아버지뻘 되던 분이 천천히 산을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냅다 달려갔고.. 아저씨께서는 공포에 휩싸인 내 얼굴을 보고서는

" 다 큰 사람이 뭐가 무섭다고? 아니 근데 이렇게 아무런 장비도 없이
무작정 산을 탄 거야 "

                                                                                     



그날 오대산 밑자락에 허름한 밥집에서 아저씨와 함께한 대화
그리고 순두부 찌개와 함께한 소주 한잔은 
필자를 세상 편안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아저씨게 느낀 사람 냄새 때문에~


난 그런 조향사가 되고 싶다
뿌리면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조향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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