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는 나흘 만에 잡혔다. 두툼한 잿더미와 무너진 바위들만 남기고서. 녹원은 결심했다. 담배를 끊자. 한 번에 끊어 버리자. 대신 그는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몇 시간 내내 산불 사진만 바라보자니 눈이 따끔거렸다.
사진 속 불길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웠다. 때로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타오르는 가지들이 밤을 붉게 밝히고, 바위를 감싼 불꽃은 날개처럼 솟구쳤다. 녹원은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꼼꼼히 살폈다. 어떤 사진 앞에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목줄에 묶인 채로 화마의 먹이가 된 개들, 산 위로 녹아내린 짐승들의 잿더미.
지난 나흘간 몇 장의 사진을 보았더라? 수십 장, 어쩌면 수백 장에 달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사진도 녹원이 찾는 것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래서….” 녹원은 도시락통을 열면서 말했다. “주말에는 산에 다녀올까 해요.”
- <되돌아오는 곰> 중
제가 쓴 단편, <되돌아오는 곰>이 202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습니다. ('당첨'이라고 무심코 썼다가 놀라서 '당선'으로 고쳐썼습니다.) 전문은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103033002 이곳에서 감상 가능합니다. 한국소설가협회에서 낸 『2022 신춘문예당선 소설집』에서도 감상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