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by 윤김

L양의 열정에 눈이 녹아

물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눈이 녹아 물이 되어 눈물이 되었다


다시금 피어나는 눈의 향연

내 마음 속 하얀 눈이 핀다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릴 만큼 함박눈이 내리던 어느 날, L양은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새하얀 국화를 들고 내 앞에 나타났다. 아무 말없이 한동안 서있었다. 머리와 어깨에는 눈이 조금씩 쌓여갔지만 L양은 말없이 국화를 바라봤다. 국화에 눈이 쌓이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신기했다. 하얀 눈이 국화 위에 조금씩 쌓여가더니 이내 국화와 눈의 구분이 어려워졌다. 마치 국화가 자라나는 것처럼 보였다. L양은 국화가 완전히 눈에 덮혀졌을 때쯤 내게 국화를 건넸다. 그리고는 말없이 내 눈을 바라보더니 뒤돌아 왔던 길을 돌아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눈이 쌓여가는 시간 동안 우리들의 말도 목소리도 묻혀버린 것 같았다. 우리는 그랬다. 한 겨울의 하얀 국화 같은 사이였다.


아마도 너는 눈사람이 아니었을까...
하얀 눈이 내리면 내 마음 속에는 하얀 국화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