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선

by 윤김

달그락달그락 설거지 소리가 정겹다

떨어지는 물줄기에 환하게 드러나는

순수의 표면


갓 씻은 밥그릇이 가득 차 보인다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쌀밥 한 그릇도

풍요롭지만 순수가 담긴 밥 한 그릇이

더 배부르다


소변 줄기가 더럽지 않다

드러낸 속마음이 독하지 않아

생명을 나눠주는 일과 같다


순수는 시작했다

물을 따라 망설이지 않고

분자와 경계선을 유지한다


악을 담고 있어도 물은 악하지 않다

순수의 사간은 숨 쉬는 한 존재하며

우리릍 타고 흐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설거지 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릇에 담긴 내용물은 배 속 가득히 채우고 담은 그릇들은 물로 깨끗히 씻어내는 게 마음에 왠지 모를 빛을 줬습니다. 성장하면서 그 느낌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았고 저는 혼란스럽거나 고민이 있을 때면 설거지를 합니다. 물줄기가 그릇의 표면을 따라 흐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무거운 것들이 가볍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순수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물처럼 순수한 게 또 있을까요?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을 보고 있으면 생명력을 얻는 것만 같습니다. 삶의 의지와 이타적인 마음.


저는 물에도 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흔히 표현하는 직선, 곡선 할 때에 그 선입니다. 물론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보인다고 할까요? 그 선을 생생하게 표현을 할 수 없으나 투명하고 매끄러우며 반짝입니다. 그리 넓지 않은 면적이면서 선은 충분히 가치를 드러냅니다. 물은 담는 그릇이나 그 모양에 따라 형태를 달리 합니다. 그러나 형태가 다르다고 물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언제나 그렇듯 무엇이든 받아줄 수 있는 포용이 있으며 희망의 에너지가 있습니다. 무수히 많은 갈래로 나뉘어진 선들에 빼곡히 달려 있습니다.


어릴 적, 친구와 소변을 누다 친구의 소변줄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투명하게 반짝였으며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소변은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때 친구가 참 착한 아이라고 느꼈습니다. 단순히 그렇게 투명하고 반짝이는 물을 몸 안에 담고 있으니 이 친구는 분명히 착할꺼야 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친구는 착했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이렇듯 물은 제게 순수와 순수했던 어린시절의 나를 선물해줍니다.


또한 갓 씻은 밥그릇은 보면 배가 고파집니다. 방금 전까지 배불리 먹었으면서도 허기가 느껴집니다. 그것은 식욕이 아니라 순수에 대한 욕심인 것 같습니다. 순수 한 그릇을 배불리 먹고 정화되고 싶은 마음.


물은 점점 오염이 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변해가는 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언젠가 우리가 배설하는 모든 물들이 투명하지 않고 반짝이지 않으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물처럼 살고싶다. 물과 함께하는 지금의 삶.
흘러가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물의 선을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