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글맹글 Nov 28. 2020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2020년, 이렇게 끝이 나는 것인가

여기 쾰른에서는 핼러윈 이 전부터 이미 슈퍼와 약국, 각종 가게에 크리스마스 장식과 물품들이 호박들과 함께 즐비해 있었다. 사실 여기뿐만이 아니라 요즘은 한국, 일본 할 것 없이 어디나 핼러윈이 끝나면 바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시작하는 것 같다. 특히 일본은 11월부터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함께 KFC 후라이드 치킨을 예약받는 것이 아주 특이하지만. 올해는 이 지독한 COVID-19로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를 2020년을 하루빨리 잊어버리고, 내던지고, 새 출발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추종자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캐럴들이 벌써 음악 어플 순위를 앞다투어 올라가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슈퍼에 쌓인 크리스마스 장식품

이맘때가 되면 해도 짧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도 잦고 스산한 바람도 많이 불어 거리 곳곳의 크리스마스 장식만이 삶의 낙이고 볼거리였는데, 올해는 크리스마스 마켓과 그와 관련된 행사들마저도 모두 취소가 되어 마음이 아프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인 밝고 활기찬, 그곳만이 살아 숨 쉬는 것만 같은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쓸모없지만 앙증맞고 귀여운, 장식품들을 보며 감탄하고 고민하다 하나를 집어서 사면 또 옆 가게에 다른 장식품들이 눈에 띄어 또 감탄하고 고민하다 하나를 손에 쥐어 결제해버리는, 그와 동시에 시종일관 한 손에는 따뜻하기보단 뜨거운 글뤼바인(Glühwein)을 들고 마시며 돌아다니다 다 마시면 컵을 가방에 고이 넣고 집에 가지고 와서 깨끗하게 씻어 같이 산 장식품들과 나란히 두고 뿌듯해하는 이 일련의 모든 행사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만, 올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없을 걸 대비하듯 작년의 나는 쾰른, 빈, 그리고 스트라스부르, 이렇게 세 곳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방문하였다. 제각각 다른 풍경과 함께 다른 성격들을 가지고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그래서 올해는 어디 어디 가볼까 아주 큰 꿈을 품고 있었는데, 이 모든 게 물거품이 되어 버리다니. 작년에 세 곳이나 가봤으니 괜찮다, 싶다가도 경험하지 않았으면 또 모를까, 이미 알아버렸는데 못 간다니 더 서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거리 곳곳에 크리스마스 공기가 물씬 풍기던 작년
내가 좋아하는 쓸모없지만 앙증맞고 귀여운 장식품들


그래도 각자의 자리에서 성대하게는 하지 못 해도 각자의 집 발코니에 장식들을 한다거나, 슈퍼에서 크리스마스 포장이 되어 있는 초콜릿과 과자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한 해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 걱정이 되는 요즘이지만, 그분들에게도,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남은 2020년만큼은 마음 따뜻한 하루하루이길 두 손 모아 바란다.


제발 부탁이니 하루빨리 평범한 일상이 다시 돌아오길.




매거진의 이전글 빈병 수거하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