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돈 같은 내 돈 찾으러 가기
독일이라는 나라를 이야기할 때 꼭 들어가는 주제 중 하나는 단연 플라스틱 재활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페트병과 플라스틱 병, 그리고 맥주병 등은 슈퍼에서 살 때 병값이 따로 추가되고 다 마신 빈 병을 다시 슈퍼에 가져가 빈 병을 돌려주는 기계에 넣으면 병값이 적힌 종이가 나오고 그 종이를 계산대에서 보여주면 돈으로 돌려주거나 새로 산 물건의 값에서 제하여 준다. 물론 빈 병을 들고 다니는 게 짐이라서, 다시 슈퍼에 가서 반납하는 게 귀찮아서, 술에 취해 병을 깨트려 버려서 등의 이유로 그냥 버리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나는 이 시스템을 아주 애용하고 있다. 여기서 주의점은 빈 병의 모양은 찌그러지지 않아야 하고 또한 병 주위에 둘러싸여 있는 비닐 혹은 종이 같은 것 또한 벗기면 안 된다. 기계에서 그 비닐에 있는 바코드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온전히 안에 내용물을 살포시 다 비운 후 다시 가져다주는 시스템(pfandsystem)인데 나에게 있어서 이 시스템의 첫인상은 어릴 적 보던 만화에서 우유곽이 아닌 유리병에 우유를 배달해서 받아먹고 다 마신 병은 우유 배달부가 다시 수거해가는 시스템에 흡사해 보였다. 뭔가 그렇게 생각하면 염소들이 나뒹구는 알프스 같은 느낌도 들고 검정고무신 같은 느낌도 드는, 이용할 때마다 뿌듯함과 설렘을 주는 시스템이다. 거기에 더해 돈을 되돌려 받을 때에는 꽁돈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요즘 한국에서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운동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한다. 나 하나, 한 번 사용하는 것 쯤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라도, 한 번의 사용이라도, 라고 생각한다면 이야기를 전혀 달라진다. 여기 슈퍼마켓에서는 아주 쉽게 다양한 제품들을 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통 위에 플라스틱 뚜껑을 사용하지 않는 요거트를 사는 것으로 35%의 플라스틱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선전하는 상품, 플라스틱에 담긴 고기가 아닌 그냥 봉지에 담긴 고기로 65%의 플라스틱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선전하는 상품 등이다. 물론 더 좋은 것은 정육점에서 바로 사서 종이봉지에 받아 오는 것일테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생각하며 일상생활을 돌이켜보다 보니 이제는 샴푸도 고체 샴푸로, 기왕이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플라스틱 절감 효과를 나타내어 주는 물건으로 골라서 사는 습관이 몸에 베였다. 원래도 물욕이 그다지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어느날 주변을 보니 온통 플라스틱이 가득한 것에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슬프기도,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 기분을 어떻게든 만회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끊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요즘은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간 주변에 플라스틱이 하나 둘 사라져 꼭 필요한 부분에만 쓰여지고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