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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Dec 09. 2020

옆집 발코니에 사는 멋쟁이 토마토

새콤달콤 향기 풍기는 멋쟁이 토마토, 토마토

울퉁불퉁 멋진 몸매에
빨간 옷을 입고
새콤달콤 향기 풍기는
멋쟁이 토마토, 토마토


위 '멋쟁이 토마토' 라는 동요의 주인공인 토마토가 옆집 발코니에 산다. 발코니로 굳이 나가지 않아도, 내 방 안에서도 보일 정도로 큰, 아직 빨간 옷은 입지 못 한 초록색 토마토가 난간을 통하여 내 발코니 쪽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사실, 나도 식물을 한 번 길러볼까, 라고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이 토마토였다. 그리하여 민트, 그리고 로즈마리와의 동거가 시작되었지만, 대형 화분에 키우며 열매까지 맺은 토마토를 보고 있으면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하였지만 옆집에 사시는 분에게 대단한 존경심까지 샘솟는다.


이 추운 겨울에도, 거기다 11층(한국의 12층) 높이의 발코니에서 열매를 맺는 토마토를 보면 신기해서 만져보고 싶기도 하고 먹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토마토가 없어졌을 경우, 범인은 토마토에 손이 닿는 주인장 아니면 나 밖에 없고, 나아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것을 탐하면 안 되므로 순간순간의 유혹을 뿌리치며 눈으로만 감상하는 중이다.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에 붙은 크나큰 토마토

한 달 전에도 같은 자리에 덩치가 큰 초록색 토마토 하나가 열려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없어졌었다. 빨갛게 익기 전에 딴 후 따뜻한 방에 두고 익혀서 먹는 건가 생각하며 빨갛게 물드는 모습을 못 봐 내심 아쉬웠는데, 어제부터 다시 눈에 띄게 큰 초록색 토마토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과연 빨갛게 물드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기대도 되지만, 아무래도 곧 토마토 주인의 눈에 띄어 주인장의 손아귀에 들어가 버릴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간 빨간 옷을 입고 새콤달콤 향기 풍기는 토마토를 내 이 두 눈으로 꼭 보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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