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글맹글 Dec 09. 2020

옆집 발코니에 사는 멋쟁이 토마토

새콤달콤 향기 풍기는 멋쟁이 토마토, 토마토

울퉁불퉁 멋진 몸매에
빨간 옷을 입고
새콤달콤 향기 풍기는
멋쟁이 토마토, 토마토


위 '멋쟁이 토마토' 라는 동요의 주인공인 토마토가 옆집 발코니에 산다. 발코니로 굳이 나가지 않아도, 내 방 안에서도 보일 정도로 큰, 아직 빨간 옷은 입지 못 한 초록색 토마토가 난간을 통하여 내 발코니 쪽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사실, 나도 식물을 한 번 길러볼까, 라고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이 토마토였다. 그리하여 민트, 그리고 로즈마리와의 동거가 시작되었지만, 대형 화분에 키우며 열매까지 맺은 토마토를 보고 있으면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하였지만 옆집에 사시는 분에게 대단한 존경심까지 샘솟는다.


이 추운 겨울에도, 거기다 11층(한국의 12층) 높이의 발코니에서 열매를 맺는 토마토를 보면 신기해서 만져보고 싶기도 하고 먹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토마토가 없어졌을 경우, 범인은 토마토에 손이 닿는 주인장 아니면 나 밖에 없고, 나아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것을 탐하면 안 되므로 순간순간의 유혹을 뿌리치며 눈으로만 감상하는 중이다.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에 붙은 크나큰 토마토

한 달 전에도 같은 자리에 덩치가 큰 초록색 토마토 하나가 열려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없어졌었다. 빨갛게 익기 전에 딴 후 따뜻한 방에 두고 익혀서 먹는 건가 생각하며 빨갛게 물드는 모습을 못 봐 내심 아쉬웠는데, 어제부터 다시 눈에 띄게 큰 초록색 토마토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과연 빨갛게 물드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기대도 되지만, 아무래도 곧 토마토 주인의 눈에 띄어 주인장의 손아귀에 들어가 버릴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간 빨간 옷을 입고 새콤달콤 향기 풍기는 토마토를 내 이 두 눈으로 꼭 보고 말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조깅 같이 하실 분을 구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