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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Feb 25. 2021

새로운 가족과의 만남

엄마 아빠의 곁을 떠나는 둘째의 앞 날에 꽃길만이 펼쳐지길

2월 1일. 벌써 2021년의 1월이 끝나고 2월의 첫날이 되었다. 그런 오늘, 예고도 없이 갑자기 둘째가 우리 집을 떠나게 되었다. 원래는 2주 전에 이미 연락이 닿아 다음 주 일요일에 와서 데리고 가겠다던 첫째의 새 가족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첫째가 우리 집을 제일 먼저 떠나겠구나 했는데 둘째가 먼저 가게 되었다.


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며칠 전 한 아주머니로부터 동생에게 강아지 분양 문의가 왔다. 문자 메시지만 보아도 기품이 느껴지는 좋은 분 같았기에 동생이 계속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분양 가격으로까지 이야기가 이어진 후, 암컷 백삽살개인 둘째를 데려가고 싶으시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오늘 오후 12시경, 조심스럽게 “오늘 아기 데리러 갈까 해요, 오늘 혹시 괜찮으신가요?” 라는 메시지가 왔다. 언제쯤 도착 예정이신가 물으니 지금 출발하면 대략 오후 5시쯤 도착할 것 같다고 하셨다. 천천히 오시라고 연락을 드린 후, 가족 카톡방은 난리가 났다. 누가 먼저 일을 정리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 손님맞이를 할 것인가 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가족 모두 둘째에게 마지막 인사도 하고 싶고 어떤 분에게 가는지도 보고 싶지만 세 명 다 일을 내팽개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아빠가 대충 일을 정리한 후 일찍 집으로 가겠다 하였지만, 월초에는 아빠, 엄마의 일이 많이 바쁘지 않기에 직원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결국은 가족 모두 4시경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 청소도 하고 둘째의 혈통서와 병원에서 받은 수첩 등 필요한 서류들도 미리 챙겨두고, 아기들이 먹던 사료도 조금 나눠서 챙기고 하느라 정신없이 분산하던 와중, 4시 반쯤이 되니 연락을 주고받던 아주머니와 아주머니의 남편 분께서 도착하셨다.


손님이 오시기 전에 아기들과 우리와 두리 모두 조금이라도 흥분을 가라 앉히게 하려고 미리 마당에 풀어놓고 있었지만,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한 두리는 두 분의 도착 소리를 듣자마자 아빠가 두리에게 하네스를 입혀서 줄을 꼭 잡았고 그렇게 우리 가족 모두 두 분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었다. 다음 주면 설 연휴고 하여  주말에는 차가 막힐 것 같아 급하게 오게 되었다며,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하다며 선물까지 챙겨서 서울 성북동에서 이 멀리까지 새로운 가족이 될 아기 하나만 바라보시고 한걸음에 와 주신 분들이었다. 직접 뵈니 메시지에서 느껴지던 좋은 인상과 기품이 더 느껴졌고 신기하게도 처음 본 사람이 아닌 것처럼 우리와 두리가 짖지도 않고 두 분을 반기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특히 아주머니에게 우리가 다가가 재롱도 부리고 아기들 중에서는 신기하게도 둘째가 아주머니 앞으로 뛰어가서는 꼬리를 흔들며 드러누웠다. 꼭 자신의 새 가족이라는 것을 이미 안다는 듯이.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아빠가 안아보는 둘째

집에 오셔서 삼남매를 보시다가 처음에는 셋째 청삽살개를 데리고 갈까 갈등을 하셨다고 한다. 사진은 백삽살개가 더 뽀얗기에 이뻐 보이지만 청삽살개가 실물로 보면 정말 뿅 가는 귀여움이 있기에 가족 모두 그 고민을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였고, 혹시 청삽살개를 데리고 가시고 싶으시면 청삽살개로 하셔도 된다고 하였지만 아주머니께서는 잠시 고민하시다 자신에게 꼭 안겼던 둘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으시는지 둘째를 데리고 가셨다.


아주머니는 어릴 때 삽살개 믹스견을 키우신 적이 있다고 하셨다. 그때 그 아이가 정말 영리하였고 어릴 때의 기억이 너무 좋았기에 강아지 중에서도 삽살개를 다시 키우고 싶어 찾아오셨다고 한다. 지금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시는데 강아지를 키워 보신 경험자에 동물을 정말 사랑하시고 무엇보다 동물들이 아주머니를 많이 따르고 좋아하는 것 같아 무척 안심이 되었다. 두리가 경계하지 않을 정도의 사람이면 천사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정도로 아주머니에게 우리 집 삽살개 가족들은 단시간에 모두 흠뻑 빠져버렸다.

갑자기 혼자 어딘가로 가게 되어 걱정되는 표정이지만 도착하고 나면 행복한 일만 있을꺼라 믿어, 둘째야 꽃길만, 아니 낙엽길도, 눈 덮힌 길도, 모든 행복한 길이 너의 앞에 펼쳐지길

우리와 두리, 그리고 삼남매 모두 집에 들어가게 한 후, 아빠가 둘째만 데리고 나왔다. 2달이 다 되어 가니 두리는 이제 슬슬 아기들이 귀찮아진 걸까, 아니면 아빠를 너무 믿는 것일까, 둘째만 데리고 나가도 아무런 반응 조차 없었다. 아주머니 내외는 처음에 도착하셨을 때 한옥집도 궁금해하셨기에 잠시 구경하시려나 하였지만 둘째와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도착하여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시고 싶으신지, 같이 못 온 다른 가족들에게 어서 소개해주시고 싶으신지, 아니면 돌아가시는 길의 도로 상황이 걱정되셔서인지 차 한 잔을 한 후 총 30분 정도 계시다 둘째와 함께 떠나셨다. 둘째를 보며 정말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웃으시는 모습을 뒤로 한채 다시 먼 길을 떠나시는 모습에 우리 가족 모두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다. 목욕을 하고 바로 떠나게 되어, 향기 폴폴 풍기며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되어, 특히나 둘째 너가 마음에 들어하는 가족을 만나게 되어, 더 좋은 환경으로 가게 되어 다행이다. 조심히 올라가시길, 둘째는 멀미하지 않고 잘 도착하길 바라면서 아주 가끔이라도 둘째 사진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곧 도착하겠다 싶을 때쯤 아주머니로부터 둘째의 사진 두장과 함께 메시지가 왔다. 한 장은 소파에 앉아 계시는 아주머니 곁에 꼭 붙어 있는 모습이었고 다른 한 장은 둘째가 그 집 고양이와 인사하는 모습이었다.

“감사합니다.  꼼꼼히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아기는 지금 제 몸에 꼭 붙어서 얌전히 가고 있어요  정말 이뻐요. 사랑과 정성으로 이쁘게 키우고 이쁜게 자라는 모습 간간히 보내드릴게요^^”


둘째의 미래가 내 마음대로 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쑥쑥 자라서 곧 두리와 같은 모습으로 사랑 듬뿍 받아 활짝 웃고 있겠지? 정말 좋은 가족을 만나서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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