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글맹글 Feb 26. 2021

새로운 가족과의 만남

첫째의 앞날에도 꽃길만이 가득하길

둘째가 떠나고 다음날 새벽, 우리가 짖어대는 통에 아빠는 일찍 잠에서 깨서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더니 두리가 또 아기들과 탈출해 있었다. 새벽에는 탈출을 잘 안 하는데, 밤새 돌아오지 않는 둘째를 찾으러 나온 것이었을까, 괜히 마음이 편치 않다. 여전히 우리, 두리, 그리고 첫째와 셋째가 있어 정신없는 날들이지만 둘째의 빈자리는 고스란히 느껴진다. 첫째와 똑같이 생겼었기에 괜히 첫째를 보면 더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첫째가 가기 전 남매의 마지막 투 샷

아기들의 두 번째 예방접종은 첫 번째 예방접종 후 2주 뒤여서 둘째가 가고 일주일 뒤인 토요일, 온 가족이 시간 내어 우리, 두리, 그리고 냐옹이까지 합세하여 첫째를 제외하고 동물병원을 다녀왔다. 우리, 두리, 냐옹이는 1년에 한 번씩 맞는 예방접종을 위해서, 그리고 셋째는 두 번째 예방접종을 위해서였다. 첫째는 다음 날 새로운 가족분들이 데리러 오신다고 하셨기에 컨디션 조절을 위하여 데리고 가지 못 하였다. 예방접종은 새 집으로 이사를 간 후 며칠 적응한 후에 맞는 것이 좋다고 병원에서 말씀해 주셨기에 예방접종 대신 새 가족에게 이쁘게 보이기 위하여 따로 목욕을 해주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병원에 도착하여서는 사진은커녕 애기들 챙기기에도 정신이 쏙 빠졌다고 한다. 우리와 두리는 동물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그 주변에 있는 친구들을 보고 흥분하여 난리였고 셋째는 그 사이에서 신이 나서 난리였으며 그 난리통에 냐옹이까지 합세하였으니 아빠와 동생만으로는 손이 부족하였나 보다. 하긴, 애기 4마리에 사람 손이 4개니 충분하다고 생각하기에는 아이들의 힘이 장난 아니기에 이겨낼 방법이 없긴 하다.

드라이브를 즐길 줄 아는 우리

그렇게 전쟁통을 치르고 다음 날, 첫째를 데리러 오시겠다던 분들과 약속했던 일요일 점심이 다가왔다. 인천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오셨는데 처음부터 수컷을 원하셨고 중성화 수술을 할 예정이라고 하셨다. 원래부터 대형견을 집 안에서 계속 키우셨는데 키우던 강아지가 나이가 들어 작년에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뒤 다시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겠다, 생각하셨다는데 말만 들어도 그 슬픔이 느껴졌다. 상상하기도 싫은, 아직 나에게는 상상이 되지도 않는 일들이기에 그 슬픔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덤덤히 말씀하시는 모습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아들이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고 가족 모두 강아지를 좋아하기에 다시 키우기로 결심하셨다며, 연신 첫째를 보며 귀여워, 아이고 귀여워하시던 두 분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둘째를 보낼 때와 마찬가지로 혈통서 및 관련 서류, 그리고 첫째가 먹던 사료도 함께 드리며 잘 부탁드린다고 연신 인사를 드렸다.

첫째가 새 보듬자리로 가는 길

출발 후 몇 시간 뒤, 잘 도착하여 첫째는 지금 자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차 안에서 찍은 사진, 집에 처음 도착하였을 때 찍은 사진을 보내주셨다. 아직은 어안이 벙벙하고 엄마, 아빠와 그리고 태어나서 눈뜨고 계속 보던 풍경이 아닌 다른 곳에 혼자 가게 되어 무서워하는 표정이 역력하지만 첫째도 둘째처럼 좋은 가족을 만나게 된 것 같아 다행이다. 잘 지내는, 행복해하며 웃고 있는 사진을 가끔이라도 좋으니 이따금씩 보내주시면 참 좋겠지만, 바쁘시고 귀찮으실 테니 말은 못 하겠고 매번 말씀도 못 드려봐서 그런지 더 아쉽기만 하다. 셋째는 아직 새로운 인연이 닿는 좋은 가족을 찾지 못하였다. 물론 둘째처럼 갑자기 휘리릭 연락이 닿고 일이 진행되어 새로운 가족의 품으로 가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 함께 잘 살아도 되니 너무 걱정되지는 않는다.

아직은 경계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지만, 새로운 집에서 찍힌 모습

하루빨리, 아니 천천히라도 좋으니 새로운, 앞으로 너의 평생의 가족이 될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길 바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길.


이전 15화 새로운 가족과의 만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