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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Feb 27. 2021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산책길

까망이도 이제 어엿하게 산책해요

삼남매 중 이제 혼자 남은 셋째, 까망이는 두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이제는 조금 커서 그런지 우리도 까망이를 예전처럼 피하거나 도망 다니지 않고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그래도 여전히 엄마 껌딱지로 엄마인 두리가 가는 곳에는 항상 까망이가 있다. 아직 제대로 된 이름은 붙여주지 못하였다. 먼저 입양을 간 둘째의 이름은 꽃잎, 첫째는 보리라는데, 셋째에게 무슨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릴지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모르겠기에 일단 별명처럼 가족들 사이에서는 까망이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두리와 까망이, 함께 있으니 흑과 백이다
3차 예방접종 하러, 까망이의 성장 속도는 엄청난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출근하기 전, 그리고 출근 후 보통 아빠가 우리와 두리를 산책시키신다. 그 사이 까망이는 마당에서 놀곤 하였는데 어느새 두리를 따라 함께 산책을 다니기 시작하였다. 집 뒤로 천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는 곳까지 매번 다녀오는데 까망이는 줄도 없이 두리만 졸졸 따라다니며 산책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우리와 두리처럼 줄을 매고 같이 산책을 시키려고도 하였지만, 매번 줄을 매려고 하면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소리를 지르며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다행히 산 중턱에 있는 집 덕분에 주변에 사람이 거의 없고 까망이는 두리 옆에만 붙어다니기에 천천히 줄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행운이라 생각이 들었다.

산책 중인 우리와 두리

구정이 되고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 이때를 기회 삼아 줄을 매어도 아프지 않고 괜찮다는 것을 까망이에게 인지 시키는 훈련에 들어갔다. 훈련이라고 하면 거창해 보일 수 있지만 줄을 무서워하지 않도록 적응시키는 시간이다. 처음에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아 목줄을 한 채 안아주고 달래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구정이 끝나갈 무렵이 되자 기특하게도 이제는 목줄을 하고 우리, 두리와 함께 늠름하게 산책을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줄이 꼬이고 꼬여 정신 없는 산책길

그래도 아빠 혼자 산책을 시킬 때면 세 마리 모두 줄을 묶고 산책시키기가 버거우신지 까망이는 줄 없이 따라나선다. 그러다 하루는 날씨가 추워서인지 멧돼지가 산책길에 나타났고 우리와 두리는 멧돼지를 잡으러 가려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날렵하게 우리와 두리의 줄을 통제하는 데 성공하였는데 까망이 요 녀석, 멧돼지를 보자마자 바닥으로 바싹 몸을 움츠리더니 냅다 뒤돌아 집으로 줄행랑을 쳤다. 그 모습을 먼저 발견한 우리는 까망이가 걱정이 되었는지 급히 까망이 뒤를 쫓았고 당황한 아빠는 우리의 줄을 놓치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뒤쫓아가려는 두리의 줄은 놓치지 않고 붙잡고 있었는데 산지 얼마 되지 않은 줄임에도 두리의 힘이 세서 그런지 줄이 끊어져 버렸고 그렇게 두리도 까망이의 뒤를 쫓았다. 아빠는 이 모든 일이 너무 급작스럽게 일어나 당황하면서도 우리와 두리의 뒤를 따라 다시 집에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는 까망이를 찾는데 저녁이어서 깜깜한 탓에 더 까망이가 보이지 않아 한참을 찾았는데 요 녀석, 집으로 혼자 부리나케 돌아와 가장 가까운 우리네 집으로 도망가 있었나 보다. 우리네 집에서 빼꼼하고 모습을 드러내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며 아빠는 무용담을 늘어놓으셨다. 까망이가 멧돼지를 잡으러 가겠다고 달려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바닥에 바싹 누워 있었을 모습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줄행랑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 나도 모르게 아빠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큰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지만 앞으로는 까망이도 꼭 줄을 매고 산책을 나서야겠다.

두리와 까망이를 지켜보는 우리, 그리고 간식을 바라보는 뒷 모습

새해 인사와 함께 둘째 및 첫째의 새 가족들로부터 감사하게도 사진 및 동영상과 함께 연락이 왔다. 모두들 잘 적응해서 이쁨 듬뿍 받고 지내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여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특히 첫째가 가족 품에 안겨 코를 골면서 자는 동영상을 보고는 얼마나 웃었는지. 못 본 사이에 한 뼘은 더 자란 것 같아 그것 또한 기특하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까망이의 따뜻한 가족이 되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 두리와 함께 우리 가족으로 지금처럼 계속 같이 지내도 괜찮지만, 이쁜 막내 동생으로, 가족의 한 일원으로 따뜻하게 맞이하고 잘 지내주실 분이 계시다면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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