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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Feb 23. 2021

첫 목욕을 했어요

누가누가 먼저 할까

강아지들은 응아를 하고 나면 가끔 엉덩이 주변에 응아가 묻어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똑똑이 우리는 그럴 때마다 아빠에게 가서 엉덩이를 들이밀며 떼어 달라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 삽살개는 털이 길고 구불구불해서 그런지 가끔이라기보다는 꽤 친근한 횟수로 그러한 일이 생기는데 아기들도 이제 제법 털이 자랐다고 응아를 묻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빠는 매일 저녁밥을 주고 모두 응아를 하고 나면 한 마리 한 마리의 꼬리를 들고 엉덩이 체크를 하기 시작하셨는데, 주말도 되었고 이제 곧 태어난 지 2달이 되어가니 샤워를 시켜주자 싶으셨나 보다. 토요일보다 일요일이 좀 더 따뜻하다는 날씨 예보를 보고 일요일로 날을 정하셨고, 1월 마지막 날, 삼남매의 첫 샤워가 시작되었다.

첫 타자는 첫째로 확정!

누구를 먼저 씻겨줄까?,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문을 열면 제일 먼저 나오는 녀석을 데리고 욕실로 직행하였다. 그런데 그게 신기하게도 첫째, 둘째, 셋째 순이었고 셋 다 처음 해보는 샤워로 겁을 먹었는지, 아니면 따뜻한 물로 (미지근한 물에 가깝지만) 기분이 몽롱해지고 좋아져서 그런지 꿈쩍도 안 하고 있었다고 한다. 딱 한 가지, 셋째 까망이만 드라이기를 할 때 죽을 것처럼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제대로 말라지도 못 하였다고 한다. 사람에게 제일 잘 안기고 천방지축에 먹는 것도 잘 먹어서 몰랐는데 셋 중 소리에 가장 민감한 녀석인가 보다. 다음부터는 귀 주변을 수건으로 감싸주고 드라이기를 시도해봐야겠다.

샴푸 후 물로 헹궈주는 과정

우리와 두리를 씻길 때에는 나와 아빠가 같이 하거나 혹은 동생과 아빠가 같이 씻긴다. 덩치도 한 덩치씩 하여 샴푸로 씻길 부분도 드라이기를 할 부분도 털을 빗겨줘야 하는 부분도 어마어마하고, 한 번 부르르 몸을 털 때마다 온몸에 소나기가 쏟아지는 것처럼 물이 튀어 정신이 혼미해지기 때문이다. 거기다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숙이고 이리저리 팔로 문질러대어 허리가 부서질 것 같은 건 덤이다. 다행인 건 우리도 두리도 목욕을 좋아해서 씻기는데 억지로 강행한다던지 아니면 쫓아다녀야 한다던지 하는 일은 없다는 점이다. 그런 우리와 두리의 아기들이어서 그런지 아기들도 목욕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우리와 두리에 비하면 아주 작은 덩치들이었기에 아빠는 아주 수월하게 혼자서 세 마리 모두를 씻기셨다. 샴푸는 한 번만 펌프질을 해도 아기들의 온몸을 씻기는데 충분하였고 아빠의 이번 샤워 목표는 삼남매의 응아와 눈곱을 떼어주는 것이었기에 목표 달성도 꽤 쉬웠다고 한다. 다만 강아지용 드라이기의 소리가 아기들에게 너무 크지는 않을까 염려되었지만 셋째를 제외하고는 다들 멍하니 있어줘서 그것 또한 괜찮았다고 하셨다.

수건으로 먼저 닦고 드라이기로 털 말리기

샤워를 마치고 바로 밖으로 나가면 감기 걸릴까 걱정되어 털이 완전히 다 마를 때까지 욕실에서 나오는 족족 거실에 두었다. 냐옹이는 강아지와 두 번째로 만나는 것이어서 그런지 지난번에는 캣타워로 도망가던 냐옹이가 이번에는 소파 뒤로 도망가나 싶더니 거실 중앙에 드러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아기들이 냐옹이에게 다가가거나 뛰어다니다 꼬리를 밟는대도 하악질도 거의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냐옹이도 삼남매가 아기들이라는 것을 알고 봐주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소파 뒤에서 조우한 강아지와 냐옹이
꼬리 밟히고 심기가 안 좋아지신 냐옹이
먼저 씻고 나와 거실을 돌아다니는 첫째

셋째까지 모두 샤워를 끝내고는 다 같이 집 바로 옆에 있는, 걸어서 10초 거리에 있는 창고 같지만 우리 집만의 카페 같은 곳으로 이동하였다. 아기들이 쉬를 해도 치우기 쉽고 냐옹이 털도 안 날리는 곳이기에 여기가 더 좋을 것 같아서였다. 셋 다 처음 와보는 곳이어서 그런지 신나서 요리조리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니고, 엄마가 주는 간식을 받아먹느라 매달리며 엄마 주변에서 그 곁을 떠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정말 우리와 두리가 처음 이 집에 왔을 때와 똑같아 보인다.

씻고 난 후 뽀얀 아이들

씻고 난 아기들은 더 뽀얗게 되었다. 우리와 두리를 씻길 때에도 씻기고 난 직후의 그 뽀얀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했었는데, 아기들도 뽀얗게 된 모습을 보니 아빠가 참 뿌듯하실 것 같다. 다음날이면 씻기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함정이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만이라도 폴폴 좋은 향기를 풍기며 열심히 뛰어다니며 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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