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원래 계획은 1월 20일에 한국삽살개재단으로 가서 출생 등록을 하고 23일에 1차 접종을 하러 동물병원을 가는 것이었는데 차 타고 왔다 갔다 여러 번 하는 것은 삼남매에게도 힘이 들고 거기다 집으로 오는 길에 항상 가는 동물병원이 있기에 재단에서 돌아가는 길에 바로 병원을 들리게 되었다. 물론 병원에도 미리 연락을 드렸고 다행히 그 시간대에 예약한 손님이 없어 바로 갈 수 있었다.
재단에서 선물로 받은 목걸이를 딸랑이며 차 타고 병원까지 또 1시간 남짓이 걸렸다. 병원에서는 삼남매가 잘 자라고 있는지를 우선 확인해주셨고, 아직 생후 7주밖에 되지 않은 아기들임에도 세 마리 모두 5kg 내외였다. 아기여도 역시 대형견은 대형견이구나, 처음으로 세상 밖을 나온 첫째가 크기도 제일 크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둘째와 셋째 모두 이빨이 다 나온 상태인데 첫째만 어금니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치아 성장이 제일 느리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건 왜 그런 거지, 덩치가 제일 큰데 왜 치아 성장은 제일 느린 거지, 하며 잠시 걱정이 되었지만 밥도 잘 먹고 있고 이빨이 안 난다는 게 아니라 단순히 느리다는 거니까 기다리면 곧 날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삼남매 모두 다른 특이사항은 없고 모두 정상이라는 소리를 듣고 안도했다. 모든 병원은 들어갈 때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하고, 모든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뭔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삼남매는 순서대로 회충약 알약을 먹고, 진드기 예방약을 바르고, 1차 접종을 받았다. 병원에서 반려동물 건강수첩을 주셨는데 그 안에는 어떠한 예방접종을 언제, 얼마 만큼의 간격으로 받아야 하는지가 상세히 적혀 있었고, 삼남매가 어떠한 예방접종을 맞았는지도 적어주셨다. 삼남매는 오늘 종합백신과 코로나장염 백신을 받았다. 둘 다 2주 뒤에 또 받아야 하는 백신이어서 병원에서 2주 뒤에 다시 오라는 말도 함께 들었다. 삼남매 모두 알약도 잘 먹고, 진드기 예방약을 바르는 동안에도 가만히 잘 있어주고, 거기다 주사를 맞을 때조차 울지 않었다고 한다. 생후 7주 된 아기들이 이렇게 의젓할 수 있을까, 신통방통하다.
집으로 돌아와 항상 있던 곳에 도착하니 그제야 아기들의 마음이 놓이나 보다. 다시 깨방정을 떨며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삼남매가 되어 밥도 양껏 먹더니 온 집에 똥을 누었다. 이제 똥 눌 때도 진짜 강아지처럼 자신이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으러 이리저리 다니다 혼자 힘을 주며 볼일을 본다. 마치 3-4살 된 아기들이 얼굴 가득 힘을 주며 볼일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거기다 이제 막 이가 나기 시작하는 아기들이 치발기를 물고 가만히 놓지 않는 것처럼 삼남매도 개껌과 같은 질겅질겅 씹을 수 있는 간식을 주니 정신없이 물고 뜯는다. 벌써 간식까지 먹을 만큼 크다니, 병원을 다녀와서 그런지 한층 성장한 느낌이 든다.
아직 둘째와 셋째의 분양은 결정이 안 되었지만 첫째의 분양은 이미 결정이 되어 첫째는 아마 새로운 가족이, 그들이 사는 집 근처의 병원에 첫째를 데리고 가서 2차 접종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때가 되면 첫째에게도 이쁜 이름이 지어졌지 않을까 싶다. 어제부터 둘째와 셋째의 분양문의도 계속 오고 있어 왠지 곧 새로운 가족들을 찾을 것 같아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마음이 조금 착잡하기도 하다. 결국 이름 하나 못 지어주고 떠나 보나 게 되는 것 같아, 영상통화와 사진으로만 보다 떠나 보나 게 되는 것 같아 더 마음이 허전한가 싶기도 하다.
처음으로 간 병원은 삼남매에게 어떤 인상을 남겨주었을까, 주사는 많이 아프지 않았는지, 재단을 다녀온 삼남매에게 궁금하던 것들이 이제는 병원을 다녀온 삼남매로 이어졌다. 그 속은 알 수 없지만 의젓하게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고 집에 돌아와 고등학교 때 내가 항상 덮고 다니던 담요 위에서 뒹굴거리는 삼남매의 모습을 보니 첫 병원이 썩 나쁘지는 않았나 보다. 그래도 어딜 가나 집이 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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