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글맹글 Feb 16. 2021

엄마, 아빠와 함께 한 마당에서의 시간

가족 모두의 첫 소풍

탈출 소동이 있고 다음 날인 토요일, 집 안의 대청소를 끝내고 닭들을 우선 잠시 풀어주어 자유시간을 가지게 한 후 닭들이 다시 집에 들어갔을 때, 우선 우리와 두리를 목욕시켰다. 대형견들의 목욕은 정말인지 같이 샤워하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물이 사방으로 틔고 나의 몸은 물과 땀으로 가득 해지며 허리는 부서질 것만 같지만 다 씻기고 강아지용 드라이기로 폭풍 털 말리기가 끝난 뽀송뽀송해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씻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매번 드는 그런 마법 같은 일인 것 같다. 한바탕 목욕 소동 뒤, 우리와 두리 그리고 삼남매를 마당에 함께 풀었다.

샤워하고 나온 두리와 우리
마당에 나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의 삼남매

어제 정말 둘째는 무서워서인지 밖을 나오지 않았나 보다. 처음에는 멀뚱멀뚱 처음으로 느끼는 잔디가 좋은지, 겁이 나는지 그 위에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하며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차츰 적응을 하고 남매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고 안심해서 일까, 둘째도 함께 마당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요리조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 어디 아픈 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집에서 나오는 첫 발걸음과 나와서 가만히 있는 둘째
첫째와 셋째의 모습

처음에는 두리와 아기들을 풀어준 후 우리도 풀어주라는 아빠의 말에 동생은 우리가 아기들을 물 수도 있다며 난색을 표하였지만 아빠가 책임지겠다며 괜찮다고 하여 우리도 함께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아기들에게 아주 조심히 다가가는 우리 모습에, 아기들 냄새를 맡다가도 아기들이 먼저 다가오면 우리가 먼저 아기들로부터 떨어져서 도망가는 모습에 동생의 걱정은 기우였음이 확인되었다. 그러면서도 연신 꼬리를 흔들며 아기들 주변에서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우리 모습에 따뜻해진 날씨만큼 마음이 포근해졌다. 우리 이쁜 우리, 이렇게 착한데 괜한 걱정으로 함께 있지 못하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가득이다.

드디어 함께 있는 삽살개 가족
집 밖에서도 엄마 껌딱지인 삼남매

그래도 아직 한겨울은 한겨울인가 보다. 대낮의 따스한 햇살에 비해 바람은 칼바람과 같아 온 가족이 보낸 마당에서의 첫 소풍은 30분 남짓으로 끝을 내고 각자의 집에 들어갔다. 삼남매에게, 그리고 우리와 두리에게 오늘이 기억에 남을 행복한 하루였기를 바라며, 곧 다가 올 삼남매의 삽살개재단과 동물병원 나들이도 별 탈 없이 무사히 지나가길. 오늘도 좋은 꿈 꾸렴.


이전 09화 집에 개가 풀려 있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