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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Feb 08. 2021

처음으로 먹어보는 사료

엄마 젖떼기 성공?!

생후 약 한 달이 지나고 나면 이제 엄마의 품에서 먹고 자던 아이들도 퍼피용 사료를 먹기 시작한다. 이때 처음부터 너무 딱딱한 사료를 주면 소화하는데 부담이 되기에 처음에는 따뜻한 물에 불려서 죽처럼 만들어 사료를 준다고 한다. 사람으로 따지면 모유 혹은 분유에서 바로 어른들이 먹는 음식으로 가기 전 단계인 이유식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매일매일 보고 있어도 쑥쑥 크는 게 보일 정도로 커지는 아기들을 보고 젖이 모자랄 것 같아 지난 글에서처럼 초유를 같이 먹였는데 태어난 지 한 달하고 며칠이 지나니 두리의 사료를 아기들이 뺏어 먹기 시작했다. 두리는 성견 사료라 사료 한 알이 퍼피용 사료에 비해 크기도 크고 물에 불리지도 않은 딱딱한 사료임에도 불구하고, 거기다 식탐 많은 두리가 으르렁 거림에도 불구하고 아량곳 하지 않고 두리의 사료를 뺏어먹는데 정신없는 삼남매를 보고 부랴부랴 미리 준비해 놓은 퍼피용 사료를 지급하기 시작하였다. 원래는 죽처럼 불려서 사료를 준 뒤, 2주 정도 지켜보고 사료를 먹는 것에 적응을 하면 생사료를 지급하여도 된다고 재단에서 알려주셨지만, 아이들이 이미 생사료를 잘 씹어먹고 소화도 잘 시키기에 바로 생사료를 주었다. 우리 가족은 우리와 두리의 성견용 사료와 퍼피용 사료 모두 삽살개재단에 주문하여 매번 받아먹기에 상황에 따라 어떠한 사료가 좋은지, 삽살개에게 맞는 사료는 무엇인지 항상 문의하고 상담할 수 있어 참 든든하다.

우리, 두리가 먹는 사료(좌)와 퍼피 사료(우)
정신없이 사료를 먹는 삼남매

식탐이 많은 두리는 어릴 때부터 우리의 간식까지 모두 뺏어먹고, 개껌도 우리 꺼까지 다 챙겨서 도망가서는 우리가 자신의 간식을 되찾으려고 하면 으르렁 거리며 절대 뺏기지 않던 아이였는데, 아기들이 뺏어 먹는 것에는 두 손 두발 다 들었나 보다. 으르렁 거리기만 할 뿐, 대책 없이 뺏겨버리고 만다. 이런 두리의 새로운 모습에 나는 매번 감탄만 나올 뿐이다. 그래도 두리 몫은 아기들로부터 잘 방어해서 잘 챙겨주려고 항상 신경 쓴다. 왜냐하면 아기들이 사료를 먹기 시작했음에도 엄마 젖은, 사람에게 디저트 배가 따로 있듯이, 제2의 위가 따로 있는지 사료를 먹고 난 후 두리에게 매달려 젖까지 먹기 때문이다. 사료를 먹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젖을 뗄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단순한 나의 착각이었다. 이제는 이빨이 꽤 자라 매달려서 물면 꽤 아플 것이기에 두리의 고통이 걱정스럽다.

이제는 자리가 부족한 두리 품 속
엄마 껌딱지

삼남매가 젖만 먹을 때에는 두리가 아기들의 대소변을 모두 핥아먹었었는데, 초유를 먹이고 사료를 먹이기 시작하면서 이 행동도 끝이 났나 보다. 하루는 아기들을 보고 있는데 유독 한 마리만 엉덩이에 똥이 한가득 묻어 있었기에 씻겨 준다고 집에 잠시 데리고 들어왔다. 엉덩이를 씻겨주고 털이 마를 동안 집 안 거실에 잠시 나 두었는데, 고양이가 신기한지 인사하러 잠시 다가왔다. 우리 집 고양이는 한 덩치 하는 꽤 큰 고양이인데, 옆에 있으니 고양이만큼 큰 아기의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랐다. 쑥쑥 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만큼 컸을 줄이야. 아, 고양이는 궁금해서 잠시 다가와 킁킁 냄새를 맡다 아주 활발한 아기의 활동량에 놀라 캣 타워 위로 도망가 버렸다고 한다.

고양이와의 첫 인사

날씨만 따뜻하면 아기들을 마당에 풀어두고 뛰어놀게 하면 딱 좋을 텐데, 요 며칠 한파가 아주 매섭다. 남쪽 지방 사람에게 영하 16도, 17도는 생전 듣도 보도 못 한 기온이기에 매일 방한 준비로 정신이 없다. 아빠는 보온등 설치와 바람이 들어오는 공간을 모두 비닐로 막아 우리, 두리, 그리고 아기들을 한파에서 지켜냈다며 아주 뿌듯해하신다. 엄마도 집 안에 있다가 바람 소리와 뚝뚝 떨어지는 기온에 걱정되어 두리 집에 들어가 보면 바람 소리 없이 조용하고 따뜻하다며 아빠의 비닐막의 효용성을 자랑하셨다. 그래서인지 정말 아기들은 이 추위에 감기도 안 걸리고 아주 잘 자라고 있다. 며칠 전 주말 낮에 햇빛이 비추며 잠시 따뜻해진 것 같아 아기들을 마당에 풀어보았는데 그래도 아직은 추운가 보다. 웅크리고 있기에 바로 다시 집에 넣어주었다. 집 안에서는 이제 팔짝팔짝 뛰어다니기에 마당에서 뛰면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아쉽기만 하다. 추위가 좀 가라앉고 삼남매도 좀 더 커서 정신없이 마당에서 우리와 두리와 함께 뛰어 놀 모습을 볼 생각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개구쟁이 삼남매

그나저나 생각보다 삼남매의 새로운 가족을 결정하기가 참 어렵다. 아무 곳이나 보낼 수는 없기에 좋은 환경, 좋은 사람들을 고르려고 하니 더더욱 찾기가 힘들다. 요즘 갈수록 이상한 사람들,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되고 겁이나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아기들을 키워주셨으면 좋겠는데 그저 공짜로 달라고 하는 사람, 혹은 연락이 되었다 되지 않았다 하는 불안정한 사람들이 많아 쉽사리 결정하기가 힘이 든다. 거기다 아기 낳으면 꼭 연락 달라고 말을 했던 사람들도 막상 아기를 낳았다고 연락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아쉽게 되었다, 라는 말만 한다. 언제 밥 한 번 먹자, 와 같은 생명을 가지고 한 단순한 안부 인사였을까. 다들 꼬물꼬물 거리는 아기일 때만 좋아하고 크면 나 몰라라 할 것 같은 모습들이어서 무섭고 한탄스럽다. 그래도 '이렇게 이쁜 아기들인데 좋은 사람이 구해지지 않으면 우리가 키우면 되니 급할 것 없다'는 아빠의 말에 이상한 사람에게 가서 고통받거나 힘들게 살 것이라면 우리와 함께 사는 게 낫다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좋은 환경으로 가서 사랑도 많이 받고 이쁨도 많이 받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다가도 이 아이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자니 벌써부터 목이 메어온다. 무엇이 삼남매, 그리고 우리와 두리에게 좋은 선택일까. 그저 지금은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아기들과 행복해하는 우리와 두리 모습만으로도 만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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