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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Jan 28. 2021

이젠 나름 늠름하게 걷습니다

기어 다니는 건 이제 그만

생후 2주가 지나고 눈을 뜨더니 소리에도 이제는 반응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아빠가 두리에게 밥을 주러, 혹은 산책을 시키려고 문을 열어도 귀가 열리지 않았는지 아무런 반응 없이 잠만 자던 아이들이 이제는 문 여는 소리에 깨어나 빽빽 소리 지르며 꿈틀꿈틀 움직인다. 그 모습에 홀딱 반하여 아빠 엄마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후, 저녁 먹고 난 후, 자기 전에 두리 집에 아예 자리를 잡아 아이들과 교감을 하는데 그 숫자만큼 나에게 영상통화가 걸려오는 횟수는 점점 늘어나며 엄마의 콧노래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사이 좋은 삼남매

생후 3주, 삼남매의 뒷다리에 이제 조금씩 힘이 붙는 게 보인다. 꼬리와 함께 뒤로 축 처져있던 뒷다리들이 이제는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 뒷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선다. 여기서 포인트는 뒷다리에 힘을 줄 때 쓰는 근육이 꼬리와도 연결이 되어 있는지 서거나 걸을 때마다 꼬리도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거기다 이제 좀 걷기 시작하더니 이빨이 나기 시작하여 간지러워서 그러는지 자기들끼리 장난치느라 서로의 꼬리, 머리, 목 등을 물면서 논다. 그러다 엄마 두리에게 가서 젖을 먹을 때면 이제는 달려드는 속도까지 예전과는 달라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두리가 앉아 있거나 서 있으면 아기들은 제대로 일어서지를 못 하여 젖을 못 먹었었는데, 이제는 두리가 어떠한 자세로 있어도 아기들은 잽싸게 두리 배 밑으로 찾아가 자리를 잡고 열심히 먹는다. 그러다 두리가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면 떨어져 나와 떼구루루 구르는데 그 모습 또한 귀엽다.


장난 가득인 녀석들

올 겨울은 작년보다 기온이 더 떨어진 것 같다. 아빠는 삼남매가 추울까 싶어 보온등 주변으로 이불을 모래성의 담처럼 세워 놓으셨는데 아기들이 걷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탈출을 하려고 하는 게 종종 보인다. 처음에는 담 꼭대기까지 올라가 놓고는 추위를 느꼈는지, 아니면 자신이 있던 곳이 아늑하다는 것을 감지해서인지, 직감적으로 가면 안 된다고 느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담을 결국 넘어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러고 며칠이 지나기도 전에 이미 요놈의 삼남매, 두리 집 온 사방을 아주 정신없이 돌아다닌다. 거기다 이제는 아빠가 두리 밥을 챙겨서 들어올 때마다 "빽빽" 하고 소리 지르지 않고 "왕왕" 제법 짖기 시작했다. 왕왕 이라니. 아기가 처음으로 "엄마" 혹은 "아빠", "맘마"라는 말을 하였을 때의 감동에 견줄 수는 없겠지만 뭔지 모를 황홀함과 뿌듯함이 밀려왔다.  


아빠가 다가오는 소리에 왕왕 소리 내며 밖으로 나오려는 아기들

한 번은 두리가 밥 먹는 동안 엄마가 삼남매 중 가장 가까이 있는 첫째의 배를 만져 주었는데, 고 녀석, 썩 마음에 들었나 보다. 배를 홀랑 뒤집더니 그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닌가. 엄마는 요놈 좀 보라며 깔깔 웃으시며 콧노래와 함께 계속해서 배를 쓰다듬어 주셨다. 엄마의 손길이 끝났음에도 계속해서 발라당 뒤집은 채로 누워있던 아기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생생히 그려진다.


이리 저리 탐험이 시작되었다

매일매일 볼 때마다 쑥쑥 자라는 것이 보인다. 어른들이 아기를 보면서 콩나물처럼 쑥쑥 자란다고 말씀하시던데, 강아지들도 같은 것 같다. 첫 일주일은 배가 빵빵해지는 것 같더니, 둘째 주에는 길이가 길어지는 것 같았고 지금은 배도 빵빵하고 길이도 커져 잡으면 묵직한 게 제법 강아지 티가 난다. 엄마의 젖이 정말 풍부한지 털도 윤기가 나는 게 이제는 많이 자라서 털이 자라는 반대방향으로 쓰다듬으면 물결 모양이 생길 정도가 되었다.


내가 매번 아빠에게 “우리는 아직도 아기들 못 만났어? 그래도 아기들 아빤데..”라는 말을 해서 그런지 우리가 드디어 아기들과 만나는 기회를 얻었다. 아침에 산책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줄을 묶은 상태로 아기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했는데 우리가 긴장을 해서인지 꼬리를 낮춰서 엉덩이 사이로 숨기며 걸어가는 모습에 아빠는 잘 못하면 아기들을 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아침 면회는 바로 끝을 냈는데, 같은 날, 저녁 산책 후에는 꼬리를 살랑이며 아기들에게 다가가 냄새 맡느라 정신이 없는 우리를 보고 다행이다 싶은 생각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드디어 우리도 아기들과 만난 것이다. 이제는 매일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도 아기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해주어야겠다. 한 가지,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는 두리 집에 놀러 가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습성이 있었고, 이 날 저녁 면회 후에도 아기들만으로도 북적이는 두리 집에 기어코 비집고 들어가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우리이기에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조금 고민이 된다.


항상 옹기종기 붙어 있는 삼남매

엄마는 삼남매의 이름을 지어주자며 무슨 이름이 좋을지 고민하고 계신다. 이제 소리도 들리니 이름을 지어서 불러주고 이쁘다, 사랑한다, 이리 와, 하면 더 좋을 것이기에, 물론 새로운 좋은 가족을 만나면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되겠지만 그때까지의 이름, 옛날에 어린아이의 정식 이름을 짓기 전 집안에서 편히 사용하던 아호와 같은 이름을 지어주려고 한다. 무슨 이름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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