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떼기의 첫 발걸음
올 겨울은 작년에 비해 정말 추운 날이 많아진 것 같다. 영하 8도, 10도가 되는 나날도 이어져 아기들과 우리, 두리가 걱정이 된 아빠는 각자의 집에 들어가는 바람을 막아주기 위해 비닐로 둘러싸주셨다. 그래도 추운 날씨로 인하여 물이 계속 얼어버린다. 우리는 보온등 근처에 물을 놔둘 수 있어서 물이 얼지 않지만, 두리 집에는 아기들이 물에 빠질까 봐 물을 멀찍이 두어야 하기에 얼기 일쑤다. 성견인 우리와 두리는 보온등과 이불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기들이 걱정이다. 감기 걸리지 마라, 아가들아.
생후 4주가 지나가고 있다. 이제 제법 이빨들이 나기 시작하고, 발에도 힘이 부쩍 생겼다. 두리에게 다가가 젖을 먹으며 앞 발로 고양이들처럼 꾹꾹 누르는 모습을 보면, 두리가 많이 아플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점점 두리가 아기들 곁에 안 있으려고 한다. 슬슬 젖을 뗄 시기가 온 것인가.
강아지들의 첫 이유식은 초유 분유로 가루를 물에 섞어서 먹이는 것이다. 아기들은 집중력이 없어서 그런지 젖도 그렇고 이유식도 그렇고 계속해서 오래 먹지는 못 하는 것 같다. 10초 정도 먹다가 서로 장난치거나 잠에 들어버린다. 하긴 사람 아기들도 집중력이 없어 하나를 오래 하지 못 하는 건 매한가지인데 너네들이라고 다를쏘냐. 다행히 처음부터 둘째는 이유식 맛에 눈을 떠 허겁지겁 잘 먹어주었다. 첫째와 셋째는 아직 먹는 법을 몰라서 그런지 잘 먹지 못 하였지만, 신기하게도 둘째가 알려줬는지 두 번 째부터는 삼남매 모두 잘 먹었다. 아직은 젖을 완전히 떼지 않고 병행하는 단계이기에 하루에 2번에서 3번, 두리에게 밥을 줄 때 같이 만들어서 조금씩 먹이고 있다.
이유식을 몇 번 먹어보더니, 요놈들, 두리에게 주는 특식인 북어 미역국을 줄 때면 냄새를 맡고 다가와 국물을 아주 조금씩 뺏어먹는다. 이빨이 조금 더 나면 퍼피용 사료를 따뜻한 물에 불려서 먹여봐야겠다. 아직은 너무 이르려나?
아빠가 이유식을 몇 번 주고 나니 이제는 아빠가 두리 집에 들어가면 삼남매가 달려와서 반겨준다.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일까. 달려와 다리에 매달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강아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우리와 두리의 첫 모습이 생각났다. 매번 우리 가족의 모습이 멀리서 보이기만 하여도 점프를 하고 다가가면 다리에 매달려 꼬리를 흔들던 모습이 어제처럼 선명하다. 특히 우리와 나는 교감이 잘 되었는데, 우리는 나만 보면 흥분하고 좋아서 자신의 집 문에 매달려, 혹은 내 다리에 매달려 오줌을 싸기 일쑤였다. 그랬던 우리와 두리의 2세이니 똑같을 수밖에. 정말 유전자는 못 속이나 보다.
이빨이 나기 시작하면서 간지러운지 손이고 신발이고 보이는 것마다 물려고 한다. 자기네들끼리도 늑대들의 사랑 표현처럼 얼굴을 물고 장난치는 게 잇몸이 간지러워서 그런가 싶으면서도 그 모습이 웃기고 귀여워서 계속 보게 된다. 이제 물면 제법 아프다는데, 요 녀석들에게 치발기를 사줘야 하나 싶다가도 두리 입으로 들어가 한순간에 사망하게 될 치발기 혹은 장난감의 운명을 생각하고 단념하였다.
생후 1개월이 다 되어가니 드디어 아기에서 강아지가 된 느낌이다. 아직 두리의 품 안이 다지만 그 속에서 따뜻하고 평온하게 지내는 모습만 보아도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 이번 주 한파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감기 걸리지 말고 우리 잘 이겨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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