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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Feb 03. 2021

이유식을 시작했어요

젖떼기의 첫 발걸음

올 겨울은 작년에 비해 정말 추운 날이 많아진 것 같다. 영하 8도, 10도가 되는 나날도 이어져 아기들과 우리, 두리가 걱정이 된 아빠는 각자의 집에 들어가는 바람을 막아주기 위해 비닐로 둘러싸주셨다. 그래도 추운 날씨로 인하여 물이 계속 얼어버린다. 우리는 보온등 근처에 물을 놔둘 수 있어서 물이 얼지 않지만, 두리 집에는 아기들이 물에 빠질까 봐 물을 멀찍이 두어야 하기에 얼기 일쑤다. 성견인 우리와 두리는 보온등과 이불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기들이 걱정이다. 감기 걸리지 마라, 아가들아.


비닐막이 설치된 집과 이불을 덮고 자는 아기들

생후 4주가 지나가고 있다. 이제 제법 이빨들이 나기 시작하고, 발에도 힘이 부쩍 생겼다. 두리에게 다가가 젖을 먹으며 앞 발로 고양이들처럼 꾹꾹 누르는 모습을 보면, 두리가 많이 아플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점점 두리가 아기들 곁에 안 있으려고 한다. 슬슬 젖을 뗄 시기가 온 것인가.


강아지들의 첫 이유식은 초유 분유로 가루를 물에 섞어서 먹이는 것이다. 아기들은 집중력이 없어서 그런지 젖도 그렇고 이유식도 그렇고 계속해서 오래 먹지는 못 하는 것 같다. 10초 정도 먹다가 서로 장난치거나 잠에 들어버린다. 하긴 사람 아기들도 집중력이 없어 하나를 오래 하지 못 하는 건 매한가지인데 너네들이라고 다를쏘냐. 다행히 처음부터 둘째는 이유식 맛에 눈을 떠 허겁지겁 잘 먹어주었다. 첫째와 셋째는 아직 먹는 법을 몰라서 그런지 잘 먹지 못 하였지만, 신기하게도 둘째가 알려줬는지 두 번 째부터는 삼남매 모두 잘 먹었다. 아직은 젖을 완전히 떼지 않고 병행하는 단계이기에 하루에 2번에서 3번, 두리에게 밥을 줄 때 같이 만들어서 조금씩 먹이고 있다.

초유분유 통 및 이유식을 먹고 있는 삼남매

이유식을 몇 번 먹어보더니, 요놈들, 두리에게 주는 특식인 북어 미역국을 줄 때면 냄새를 맡고 다가와 국물을 아주 조금씩 뺏어먹는다. 이빨이 조금 더 나면 퍼피용 사료를 따뜻한 물에 불려서 먹여봐야겠다. 아직은 너무 이르려나?


아빠가 이유식을 몇 번 주고 나니 이제는 아빠가 두리 집에 들어가면 삼남매가 달려와서 반겨준다.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일까. 달려와 다리에 매달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강아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우리와 두리의 첫 모습이 생각났다. 매번 우리 가족의 모습이 멀리서 보이기만 하여도 점프를 하고 다가가면 다리에 매달려 꼬리를 흔들던 모습이 어제처럼 선명하다. 특히 우리와 나는 교감이 잘 되었는데, 우리는 나만 보면 흥분하고 좋아서 자신의 집 문에 매달려, 혹은 내 다리에 매달려 오줌을 싸기 일쑤였다. 그랬던 우리와 두리의 2세이니 똑같을 수밖에. 정말 유전자는 못 속이나 보다.

다리에 매달리고 손을 물고 난리법석이다

이빨이 나기 시작하면서 간지러운지 손이고 신발이고 보이는 것마다 물려고 한다. 자기네들끼리도 늑대들의 사랑 표현처럼 얼굴을 물고 장난치는 게 잇몸이 간지러워서 그런가 싶으면서도 그 모습이 웃기고 귀여워서 계속 보게 된다. 이제 물면 제법 아프다는데, 요 녀석들에게 치발기를 사줘야 하나 싶다가도 두리 입으로 들어가 한순간에 사망하게 될 치발기 혹은 장난감의 운명을 생각하고 단념하였다.

옹기종기 모여 꼬물꼬물 거리는 삼남매

생후 1개월이 다 되어가니 드디어 아기에서 강아지가 된 느낌이다. 아직 두리의 품 안이 다지만 그 속에서 따뜻하고 평온하게 지내는 모습만 보아도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 이번 주 한파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감기 걸리지 말고 우리 잘 이겨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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