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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Feb 10. 2021

집에 개가 풀려 있어요

두리와 아기들의 탈출 소동 사건

1월 15일, 삼남매가 태어난 지 1달 하고 10일이 지난 이 날 오후 5시 15분경 사무실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택배입니다. 근데 마당에 개가 풀려 있어서 대문 앞에 택배 나 두고 갑니다." 오잉, 이게 무슨 일인가. 집에는 아무도 없는데 개들이 어떻게 풀려 있다는 거지? 우리와 두리가 어렸을 적에 집 주변에 개장수 아저씨가 어슬렁 거리는 것을 본 이후로 집을 나갈 때는 항상 우리 집도 두리 집도 자물쇠로 잠가두는데 도대체 어찌 된 일이지? 자물쇠를 꼭 잠그지 않으면 우리는 못 열지만 가끔 두리가 어떻게 여는지 문을 열고 탈출을 몇 번 한 적이 있기에, 탈출을 했다면 범인은 두리일 텐데 그럼 아기들도 같이 나왔다는 건가? 가족 모두 별에 별 생각을 다하고 있을 때 동생의 사무실에서 집까지는 45km 남짓, 그나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가장 먼저 출발해서 도착할 수 있는 동생이 그 거리를 부랴부랴 달려 20분 만에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반겨주는 건 역시나 두리였고, 첫째와 셋째도 덩달아 나와 있었기에 허둥지둥 집에 다시 넣어주었다. 그리고 집 안에 혼자 있는 둘째를 발견하고 모두 무사히 있는 것에 한숨을 돌리며 집 마당에 설치되어 있는 CCTV를 돌려보기 시작했다.

CCTV에 찍힌 두리와 아기들

두리가 처음 마당으로 모습을 내비친 건 정오가 조금 지나고 나서였다. 그리고 첫째와 셋째도 같이 나와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셋이서 소풍을 했구나, 싶을 정도로 평화로워 보였다. 원래의 두리라면 집 마당도 탈출하여 뒷산으로 가서 고라니를 쫓거나 멧돼지를 쫓으러 다녔을 텐데 아기들이 있어서 그런지 거진 마당에서만 있었다. 둘째는 처음부터 끝까지 집 안에만 있고 엄마와 남매들의 탈출에 가담하지 않은 채 집 안에 혼자 있었다는 게 신기하였다. 겁이 많은가, 아니면 바깥세상 구경이 귀찮은가, 아무튼 안전히 무사히 있어 준 것에 감사하다. 첫째와 셋째는 엄마인 두리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마당의 이곳저곳을 탐험한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엄마는 아기들이 대문 밖으로 나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며, 혹여 대문 밖으로 아기들이 탈출했을 경우 지나가는 행인이 발견하고 주워 가버리면 그 길로 다시는 못 찾았을 텐데 정말 큰일 날 뻔하였다며 연신 가슴을 쓸어내리셨다. 두리는 건너편 집에 사시는 할아버지가 산에서 나뭇가지들을 들고 내려 오시는 모습을 보고 잠시 대문 밖으로 나가 할아버지를 향해 짖어대다 나뭇가지에 맞을 뻔한 모습들도 찍혔다. 개가 풀려 있는 것을 보시면 아빠한테라도 연락 좀 해주시지,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삽살개가 가족에게는 공격성을 띄지 않을지언정 남에게는 대형견에 공격을 가할 지도 모르는 위험성이 있기에 다시 한번 자물쇠 체크를 잘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CCTV에 찍힌 아기들 모습

삼남매가 없을 때에도 매번 두리는 신기할 정도로 문을 열고 밖으로 탈출해 있고 우리는 그저 그 모습만 바라보며 짖어대기 바빴는데, 오늘 약 5-6시간 동안 자신도 밖에서 같이 놀고 싶었을 우리가 안쓰러웠다. 우리 착하고 이쁜 우리, 얼마나 답답했을까. 다행히 동생이 집에 도착하여 두리와 아기들을 집에 들러 보내 준 후, 우리를 바로 풀어 같이 산책하고 많이 보듬어 주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 이쁜 우리, 밥 맛있게 먹어
곯아떨어진 셋째

퇴근 후 돌아오신 아빠가 두리 집을 갔을 때에는, 바깥 구경을 하지 않은 둘째만 쌩쌩하고 나머지 두리와 두 아기는 아주 뻗어버려 아빠가 왔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나 돌아다녔으면 기절한 것처럼 곯아떨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오늘부터 날씨가 조금씩 따뜻해져 안 그래도 주말에 마당에 다 함께 풀어 같이 놀 생각으로 있었는데 하루 앞당겨 자기네들끼리 탈출하여 다 해버려 버렸다. 그래도 모두 다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이 난 탈출 소동이어서 정말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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