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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Feb 18. 2021

견 번호를 받으러 갑니다

귀에 문신 새기기 vs 칩 내장하기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한국삽살개재단은 진돗개와 같이 한국의 토종견인 삽살개를 보호하기 위해 지어진 재단이다. 왜 하필 경북 경산시에 재단이 설립되어 있을까, 생각하였는데 이 궁금증은 아기들의 견 번호를 받으러 가는 오늘 1월 20일, 한국삽살개재단을 방문하였을 때 받은 안내문을 읽고 알게 되었다. 고대 신라시대부터 유래한 우리나라 고유의 토종견 삽살개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멸종위기상황에 처했을 당시, 경북대학교 농대 교수님들에 의해 삽살개가 수집되어 보존, 연구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그 연구가 이어지고 있기에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것이었다. 삽살개는 1992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재단은 2001년부터 입양된 삽살개의 혈통관리를 위하여 설립된 것이라고 한다. 이 안내문에는 강아지들의 등록 방법 및 강아지를 입양하는 가족의 회원 등록 방법, 그리고 교배와 혈통서 관련 규제도 상세히 설명되어있다. 특히 '건강한 출산과 원활한 자견 관리를 위해 부견 18개월~9년령, 모견 18개월~7년령에 교배를 권장한다..... 우수 자견의 출산, 모견 건강 관리 및 무분별한 수익성 번식을 억제하기 위하여 암컷의 평생 출산 횟수를 3회로 제한하며, 4회 이상 출산 자견의 등록 시 등록비 패널티를 적용한다. 또한, 모견과 자견의 건강을 위해 임신일 기준으로 10개월 이내에 재출산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며 10개월 이내 재출산 시 등록비 패널티를 적용한다.' 라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까지 상세히 규제하고 있을 줄이야. 그와 동시에 우리와 두리는 둘 다 17년생이고 첫 출산이기에 모든 것이 문제가 없었고 아주 건강한 상태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단에서 받은 삽살개 관리 규정 및 안내문


 이렇게 관리가 철저한 한국삽살개재단에는 동생이 2주 전에, 즉 삼남매가 태어나고 1달이 지났을 때쯤 미리 연락을 드려 아기들의 출생을 유선 상으로 먼저 알려드리고 삼남매의 출생 등록 약속을 잡았다. 재단에서도 여러모로 준비가 필요하신지 먼저 아기들의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셨고, 사진을 보시자 첫째와 둘째 모두 백삽살개이고 셋째가 청삽살개라고 하셨다. 우리 가족 모두 첫째는 황삽살개라고 생각을 했는데 황삽살개라면 좀 더 거무티티한 털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하긴, 어렸을 때의 우리는 검은빛의 털이 꽤 있었지, 라는 회상을 하며 다시금 첫째를 바라보게 되었다.

옹기종기 모여 이동하는 삼남매

대망의 삼남매의 첫 외출 날이다. 평일이었기에 아빠와 엄마는 일을 하러 나가셔야 하셔서 동생이 아기들을 데리고 재단과 병원을 다녀왔다. 혼자 아기들을 데리고 차로 1시간씩 운전해서 가야 하는 거리인데 잘 다녀올 수 있을까 걱정하였지만 첫 외출이어서 그런지 삼남매 모두 무서워 벌벌 떨기만 하고 조용히 있었다고 한다. 거기다 잔머리가 아주 좋은 동생은 아기들을 데리고 나오기에 앞서 두리를 우리네 집으로 보내서 오랜만에 둘이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다음 아기들만 남겨진 두리 집으로 가서 유유히 삼남매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똑똑한 녀석, 다시 생각해도 참 기발하고 똑똑한 것 같다. 나는 차만 타면 멀미를 엄청 하기에 삼남매의 멀미도 걱정이 되었는데 잠깐잠깐 토를 할 것 같이 보이다가도 그새 멀미가 멈춰 별 탈 없이 이동을 잘하였다고 한다. 상자 안에 세 마리가 쪼롬히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기특하고 앙증맞다.

재단 도착 후 처음 와 본 장소로 겁 먹은 아기들

재단에 도착하니 미리 준비를 해주셔서 그런지 척척 일이 진행되었다. 우선 오늘 방문 목적은 삼남매의 등록인데, 이는 강아지마다 고유번호를 부여받는 과정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출생신고와도 같다. 등록은 생후 1~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하며 이 과정은 DNA 채취를 하여 유전자 지문 검사를 한 후 이표등록, 즉 귀에 문신을 새기거나 마이크로칩 시술을 하는 것이다. 이표등록은 2019년까지 이루어졌고 2020년부터는 강아지들 귀에 마이크로칩을 시술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삼남매 모두 반려견 칫솔 같이 생긴 걸로 먼저 입 속에 세포를 채취하고 동물등록 마이크로칩을 주사 맞았다. 다행히 아기들은 깨갱 소리 한 번 안 내고 안 아파하고 가만히 있기만 하였다고 한다. 재단에서는 우리와 두리가 처음 갔을 때 주셨던 똑같은 목걸이를 삼남매에게도 하나씩 걸어주셨다. 아마 등록 선물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수원에서 태어난 조카도 출생신고를 하자 개구리 인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강아지들은 그게 목걸이인가 보다.

마이크로칩 이식 받는 중

삼남매에게 있어 재단의 첫인상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받은, 걸을 때마다 딸랑딸랑 소리가 나는 목걸이 선물은 마음에 드는지도 궁금하다. 배는 고픈지, 아픈 곳은 없는지, 춥지는 않은지, 필요한 건 없는지, 기분은 좋은지, 등 이런 조그마한 것들이 궁금해질 때마다 강아지와 소통이 되는 통역 기계가 생기면 참 좋겠다 생각이 든다.


이로써 재단 방문, 삼남매의 출생 등록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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