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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Jan 21. 2021

앞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 삼남매

삼남매가 태어난 지 일주일 정도가 되었을 무렵, 아빠는 아기들의 성별을 말씀해주셨다. 첫째인 황삽살개가 수놈이고 둘째와 셋째는 암놈이라고 하였다. 신기하기도 하고, 언제 아빠는 성별까지 알아내셨지, 싶었다. 그동안 김장하느라, 할아버지 산소를 이장하느라 이틀 동안 사람들이 오고 갔는데 이것이 화근이 되어 두리가 급속도로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집의 바닥을 긁거나 펜스를 물어뜯으려고 하는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불안한 경우에 주로 행하여지는 행동들이 비쳤다. 아빠는 두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하루 종일 두리 집에 들어가 두리 옆에 붙어서 계속해서 쓰다듬어주셨고, 덕분에 두리는 다시 안정을 찾았다.

통통해진 삼남매로 꽉차버린 두리의 품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대소변을 스스로 잘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두리가 항상 고양이처럼 아기들의 온몸과 함께 대소변도 잘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핥아준다. 핥아주면 아기들은 대소변을 하게 되고 두리는 아기들의 냄새를 지우기 위해서 인지 대소변을 모두 먹어버린다. 두리가 배란기일 때, 그리고 임신을 하였을 때 우리가 두리의 소변을 모두 핥아먹어버렸는데 이와 같은 맥략일까? 아기들의 대소변을 모두 없애버리는 습성은 아마 젖을 떼고 아기들이 사료를 먹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없어질 행동이라고 한다는데 이 부분도 한 번 지켜봐야겠다.


출산 후, 일주일이 지나고부터는 우리가 산책할 때에 두리도 함께 다시 산책을 시작하였다. 너무 아기들 옆에만 있고 움직이지 않으면 산후 우울증이나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다고 하여 잠시라도 바깥 냄새도 맡고 용변이라도 편히 볼 수 있게 시작된 산책이다. 그래도 산책 중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을까 싶은지 산책 후 집 마당에 돌아오면 뒤도 안 돌아보고 자신의 집으로, 아기들 곁으로 달려가는 두리. 벌써부터 나는 나중에 아기들이 좋은 집으로 분양을 받아서 가게 되었을 때의 두리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저렇게 애지중지 키웠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 얼마나 허탈할까.

눈 뜨기 직전 아가들

정말 매일매일 보고 있어도 아기들이 커가는 게 느껴질 정도로, 정말 콩나물처럼, 아니 내 방에서 자라고 있는 감자처럼 아기들은 훅훅 자란다. 생후 10일 경이되었을 무렵, 첫째가 실눈을 뜨기 시작했다. 정말 2주의 기적을 볼 수 있는 것인가, 생각을 하며 배가 통통한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신기하게도 딱 태어난 지 2주일이 된 날, 애기들 눈이 어느샌가 떠져있었다. 눈을 감고 빽빽거리며 엄마 젖도 못 찾던 아기들이 눈을 꿈벅꿈벅 대니 더 심장이 녹아내릴 것 같다.

순서대로 첫째 둘째 셋째, 눈 뜨고 첫 사진

우리는 아기들의 아빠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아기들이 태어난 후 제대로 만난 적이 없다. 집 밖에서 쳐다볼 뿐이다. 왜 만나게 해주지 않냐고 부모님께 물어봤더니 지금 엄마와 아기 사이의 관계가 돈독하고 좋은데 괜히 우리가 장난치고 하다가 안 좋아질까 봐서라고 하셨다. 사냥 본능이 강한 우리이기에 나는 그 부분이 걱정이 된다고 하였더니, 아빠가 자기 자식은 안다며 그러지는 않을 거라고 하셨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걱정이다. 우리가 아기들을 처음 직접 만나게 되었을 때의 행동이 어떨지. 그런 나의 걱정이 정말 기우일까, 예전에는 두리 집으로 가면 자신의 집으로 와달라고 짖던 우리가 지금은 부모님이 두리 집에 가도 멀뚱히 쳐다볼 뿐이다. 두리에게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직감적으로 아는 걸까? 나는 매번 두리 집을 들렸다가 집으로 들어가려는 아빠를 멈춰 세우고 우리 집에도 가서 밥은 다 먹었는지 좀 봐주고, 아고 이쁘다 쓰다듬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 달라고 부탁한다. 사실 아직까지도 아기가 태어났을 때 우리가 같이 있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떨어트려 놓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이제는 뒷다리에도 제법 힘이 조금씩 들어간다. 앞도 안 보이고 귀도 안 들리고 기어만 다니던 꼬물이들이 이제는 눈도 뜨고 소리에도 반응을 조금씩 하며 뒷다리로 일어서려고도 하다니. 이 모든 것이 2주 만에 일어나다니, 신비롭고 놀랍다. 사람 아기처럼 이제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 더 정신없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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