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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Jan 07. 2021

고통이 전해지는 적막한 출산 현장

삼남매가 태어났어요.

12월 5일 토요일 밤 10시경, 두리가 갑자기 낑낑거리며 주변을 빙빙 맴돌다가, 부르르 떨다가, 바닥을 긁다가, 이불을 입에 물고 잡아 뜯다가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강아지들은 보통 밤에 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매일 밤 아빠가 나가서 상태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드디어 산통이 시작된 것이다. 강아지들은 출산 후 아기와 같이 나온 태반을 엄마 강아지가 다 먹기 때문에 출산 며칠 전부터 밥을 잘 안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며칠 전부터 사료를 잘 먹지 않아 정말 곧 출산을 하려는 건가 싶었는데 그게 예정일 당일에 딱 맞춰서 일어나다니.

아파하면서도 웃어주는 두리

산통이 있은지 1시간 반이 지난 11시 반쯤, 첫 번째 아기가 태어났다. 황색깔의 털을 보자마자 아빠인 우리와 같은 황삽살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출산을 해서인지 어떻게 아기를 다루어야 할지 불안하고 겁이 났던 것일까, 두리는 첫 번째 아기를 낳고 아기 머리와 목을 물고 여기로 옮겼다 저기로 옮겼다 동분서주하였다. 그로 인해 아기의 머리에 두리의 이빨 자국이 상처로 남아버렸지만, 다음 아기가 나올 채비를 하는 통에 산통으로 정신이 없어 다행히 첫 번째 아기를 물고 옮겨 다니는 것은 곧 끝이 났다.

첫째 아기의 탄생의 순간

두 번째 아기가 세상에 나왔다. 두 번째 아기는 엄마인 두리와 같은 뽀안 색으로 백삽살개였다. 태어나자마자 용케도 엄마의 젖을 찾아 빽빽 울면서도 힘차게 먹어댔다.


마지막으로 새벽 1시가 좀 지나서 세 번째 아기가 드디어 우리 곁으로 왔다. 세 번째 아기는 새까만 털로 처음에는 보고 깜짝 놀랐다. 황삽살개와 백삽살개가 만났는데 어떻게 새까만 삽살개가 나올 수 있지? 그나저나 새까만 삽살개도 있나? 별 생각이 오고 갔지만, 우리나 두리의 조부모, 혹은 증조부모 중에 청삽살개가 있었다면 가능한 일이라는 아빠의 말을 듣고 자연의, 생명의 신비함을 다시 느꼈다. 청삽살개의 경우, 어릴 때에는 새까맣지만 크면서 어두운 청 색깔이 되기 때문에 청삽살개라고 불린다고 한다.

고생했어, 두리야

어릴 때 키우던 골든리트리버는 매번 임신을 하면 10마리에서 12마리를 낳았었다.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피와 태반 등으로 얼룩진 모습에 충격을 먹고 도망가버리기 일수였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벌벌 떨며 고통스러워하는 두리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출산을 한 친구들도 더러 있고 이제는 임신과 출산이 먼 남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일까.


산통과 출산으로 지칠 대로 지쳤음에도 두리는 연신 아기들을 핥아주느라 정신이 없다. 고생했어, 두리야. 그리고 우리야, 두리야, 아빠 엄마가 된 걸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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