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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Dec 24. 2020

삽살개 부부를 소개합니다

우리와 두리의 이야기

제주도에서 2017년 7월 1일에 태어난 황삽살개인 수컷 우리와 부산에서 2017년 7월 5일에 태어난 백삽살개인 암컷 두리는 태어난 지 2달이 좀 지나고 우리 가족이 되어 처음 만났다. 우리는 처음부터 얼마나 활기차고 깨방정을 떠는지 보고 있으면 나도 방방 뛰게 만들었고, 두리는 겁이 많아서 주변을 배회하다 옆에 꼭 붙어 있었다. 둘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를 의지하고 같이 놀고 같이 먹고 같이 자면서 그렇게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둘 다 클수록 털 색깔이 옅어져서 이제는 코 혹은 꼬리와 귀 색깔로 구분을 한다.

우리집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와 두리의 모습

이 둘은 한국삽살개재단에서 유전자 검사 및 혈통 내력 등을 확인받고 혈통서를 발급받은 토종 삽살개이다. 천연기념물 368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토종견인 삽살개는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한국삽살개재단, 그리고 삽살개육종연구소로부터 엄격한 혈통관리를 받고 있다. 진돗개와는 달리 아직까지 국내외의 삽살개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서 그런지 더욱 재단 등으로부터 관리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삽살개는 태어난 후 2개월령 차가 되면 위 재단을 방문하여 혈액 검사를 통해 순혈인지의 여부를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견 번호가 부여되며, 혈통서 또한 발급된다. 수컷은 태어난 지 1년 6개월 이상이 되어야 교배가 가능하며, 암컷은 2년이 지나야 교배가 가능한데, 만약 위 기간 이전에 교배를 하여 출산을 하는 경우, 혈통서에 '조기 번식'이라는 단어가 기입이 될 정도이다. 또한 부모견, 조부모견 등 3대에 걸쳐 유전자 검사를 함으로써 자견 등과 교배가 되는 경우, 혈통서에 '근친' 여부마저 기입된다. 개인적으로 단지 그 강아지의 성격이나 견종 상의 주의점 등을 알기 위함을 제외하고는 그 강아지가 어떠한 종인지, 순혈인지 잡종인지에 문제를 두지 않고 큰 관심이 없기에 이렇게 엄격한 혈통관리가 굳이 필요한지 의문스러울 정도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있는 만큼 건강하게 견종을 보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으니 국가의, 재단의 지침을 우리 가족 또한 따르고 있다.

우리와 두리의 혈통서

삽살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영역을 지키는 경계심이 강한 강아지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1년에 한, 두 번 집을 가는 나조차 가족이라고 인지를 하여 내가 집에 돌아갔을 때 항상 꼬리를 흔들며 제일 먼저 반겨준다. 똑똑해서 그런지 깔끔해서 그런지 대소변 교육을 시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각자의 집에서는 용변을 보지 않고, 꼭 하루 2번 산책 시에만 용변을 본다. 거기다 정말 영역을 지키는 경계심이 강하여 그런지 집 마당에 풀어주면 제일 먼저 앞마당부터 집 뒤까지 한 바퀴를 순찰하며, 그때 마당 안으로 들어온 길고양이나 참새 등을 발견하면 사냥을 하여 그러지 못하도록 쫓아다니기 바쁘다. 또한 정말 활발하고 호기심이 많기에 마당 밖으로 어느샌가 나가서 뒷산으로 도망가 고라니를 잡으러 다니다 돌아오기도 한다.  

둘이 장난치고 노는 모습

이러한 삽살개의 특징은 눈을 다 덮는 긴 털이다. 처음에는 나조차 우리와 두리가 앞이 잘 보이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이 되었지만 사람으로 따지면 선글라스를 끼는 효과와 같은 경우여서 오히려 다른 견종의 강아지와는 달리 안구질환이 현저히 적다는 말을 듣고 정말 사람들이 선글라스를 끼는 것과 같은 맥락이구나 하고 신기해했었다. 어떤 사람들은 삽살개의 눈이 사나워서 털로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지만, 여름에는 더위와 진드기로 인하여 항상 털을 밀어주는데 그때마다 보이는 우리와 두리의 눈은 정말 맑고 이쁘다. 그리고 털을 밀어주었을 때에는 완전 다른 강아지가 되어 있기에, 두 마리를 키우면서 네 마리를 키우는 것과 같은 효과까지 있다. 이렇게 이쁜 눈을 보호하기 위한 털이지만, 매번 씻기고 털을 말릴 때면 허리부터 시작해 온 몸이 쑤신다. 그래도 강아지 용 드라이기를 사서 사용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말리는 시간도 절약되었지만 그 보다 제대로 속에 있는 털까지 뽀송뽀송 말려져서 그런지 뭉치는 털도 많이 줄어들어 털 관리가 수월해졌다. 삽살개뿐만 아니라 모든 털이 긴 강아지들과 함께인 가족들의 숙명인 털 관리는 삽살개에게 있어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올 여름 털을 밀었을 때의 우리와 두리 모습

우리와 두리는 마당에 각자의 집이 있다. 사람이 사는 집을 지을 때 같은 재료로 같이 지은 집이기에 추운 날에는 집 안이 따뜻하고 더운 날에는 집 안이 시원하다. 목에 줄을 묶어 놓는 것을 원치 않으셨던 아버지께서는 우리와 두리의 집 주변으로 줄 대신 펜스를 치셨고, 매번 산책 나갈 때 문을 열고 풀어주어 그때만 줄을 묶고 뒷산으로 다녀온다. 예전에는 가끔 멧돼지가 마을에 오기도 했다지만 우리와 두리가 온 이후에는 멧돼지가 출몰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의 집에 두리가 놀러 간 날
매일 이루어지는 뒷산 산책길


우리 집의 마스코트, 벌써 곧 4살이 되지만 여전히 천방지축 말괄량이인 우리와 두리의 엄마 아빠가 되어 가는 과정을 앞으로 그려볼까 한다. 지금처럼 건강하고 힘차게,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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