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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Dec 31. 2020

임신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삽살개의 엄마, 아빠 되기 첫 발걸음

11월 10일, 동물 병원에서 초음파로 3마리의 아기가 뱃속에 들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우리와 두리 사이에 첫아기가 생긴 것이다. 둘 다 태어난 후 2개월이 지나고 우리 집에 와서 항상 친구처럼, 연인처럼, 가족처럼 꼭 붙어 지낸 지 3년 반만의 첫 임신 소식이기에 가족 모두가 들떴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임신 경험이 있는 엄마만이 동물 병원을 가기 전부터 두리의 임신을 느낌으로 알아채었다. 임신으로 똘똘 뭉친 엄마와 두리. 황태를 삶아서 주는 게 좋을까, 고구마를 삶아서 주는 게 좋을까, 엄마는 고민이 많아졌다. 병원에서는 지금 먹이는 사료에 단백질 함량이 높아 따로 바꿀 필요는 없지만, 출산 후에는 강아지들과 같이 먹을 수 있도록 두리의 사료를 퍼피용으로 바꿔 먹이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보통 3마리에서 4마리를 임신하는 것이 평균이라며 아주 정상적이라고도 말씀해주셨다.

집 뒤에 있는 천년 묵은 은행나무

사람은 9달 동안 배 속에 아기를 품고 있지만, 강아지는 임신기간이 약 2 달이다. 10월 첫째 주를 기준으로 계산을 하였을 때 12월 첫째 주면 꼬물꼬물 아가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집 뒤에 있는 천 년 묵은 은행나무가 샛노랗게 물들면서 그 좋은 기운이 우리와 두리에게 다가온 것일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기 소식에, 우리와 두리 덕분에 벌써부터 온 집안이 시끌벅적하게 연말을 맞이할 채비가 시작되었다. 우리와 두리는 털이 많아서 추위를 덜 타지만 갖 태어난 아가들은 털도 거의 없고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두리 집에 보온등을 달아주었다. 3단계까지 있지만 하나만 켜도 두리 집안이 후끈후끈해지는 게 아주 만족스러운 물건이다. 달아보니 마음에 쏙 들어 올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해 우리 집에도 달아주었다. 거기다 출산할 때를 대비하여 버리지 않고 모아둔, 이제는 쓰지 않는 이불들도 다시 꺼내어 털어놓았다.

두리 집에 달아 준 보온등

강아지는 임신이 되면 애교가 점점 많아진다고 하더니, 원래부터도 애교가 많고 만져주는 걸 좋아하는 두리는 산책을 나가도 옆에 들러붙어 만져달라고만 하기 시작하였다.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지 움직임이 더뎌지고 옆에 착 들러붙어 앉아만 있는다. 만져주지 않으면 낑낑거리며 얼굴을 비비적거려 '아이 이쁘다' 하며 계속 만져줄 수밖에 없게 만든다. 우리는 두리가 임신이 되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신나서 뛰어 놀기 바쁘다. 그래도 기분 탓인지 예전보다 조금은 차분해지고 늠름해진 것 같다. 우리도 아빠가 될 준비를 하는 것일까.


12월 첫째 주, 그때까지 엄마 뱃속에 잘 있다가 곧 보자! 엄마 너무 힘들게 하지 말고 얼른 건강히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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