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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Jan 14. 2021

꼬물꼬물 움직이고 먹고 잡니다

태어나고 첫 일주일

엄마는 출산하느라 고생한 두리에게 먹일 돼지족곰탕을 끓이고, 아빠는 연신 두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절대 손에 대지 않고 두리가 필요한 건 없는지 가족 모두 눈치껏 살펴볼 뿐이다. 아빠가 고생한 두리를 쓰다듬고 있을 때 하필 내가 전화를 걸어 잠시 받으셨는데, 아빠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감지하자마자 두리는 젖을 빨고 있는 자식들을 한쪽 다리로 안 보이게 숨겼다. 나야 두리야, 언니야, 내심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자식 앞에서 무엇이 보이랴 싶은 마음에 뭉클해지면서도 갑자기 엄마가 되어버린 두리의 모습에 마음이 짠하기도 하였다.

젖 먹이는 두리

강아지들은 생후 약 보름까지 눈이 뜨이지 않아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모양새가 어떻게 보면 쥐 같아 보이기까지 하다. 엄마 품에 파고들어 젖을 못 찾으면 그저 빽빽 울어대고 네 다리를 휘저으며 기어 다니는 모습에, 이래서 꼬물이라고 사람들이 부르는구나, 싶었다. 저 작은 생명체가 몇 달만에 훅훅 자라 성견의 크기까지 된다고 생각하면 눈으로 보고 직접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상상이 쉽사리 되지 않는다.

항상 똘똘 뭉쳐있는 삼남매

추위에 이기기 위해 삼남매는 항상 똘똘 같이 뭉쳐있다. 거기다 나란히 옹기종기 붙어 엄마의 젖을 먹고, 먹다가 자신들도 모르게 그대로 잠에 들어버린다. 두리는 아기들 때문에 멀리 산책은 못 가지만 그래도 잠시라도 마당에서 바람이라도 쐬라고, 오줌이라도 누라고 집 문을 열어주는데도 며칠을 나오지 않고 아가들 주위를 지켰다. 출산 후 3일째가 된 저녁, 돼지족곰탕에 불린 사료를 먹고, 찐 고구마까지 야무지게 먹은 후, 드디어 두리가 집에서 잠시 나갔다. 하지만 아기들이 빽빽 울어대자 나가다 말고 다시 집에 들어와 아기들을 본 후, 다시 나가서 급히 대변을 보고 바로 집으로 들어와 아기들을 살피는 모습에 괜스레 안타까웠다. 마당에서 놀고 산책 가는걸 엄청 좋아하는 아이가 집 바로 앞에 대변보러 잠시 나가는 것도 눈치 보며 마음 편히 못 가다니. 엄마를 찾느라 빽빽 소리 지르는 아기들 소리에 어쩔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마음이 착잡하기까지 했다. 새언니가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대성통곡을 하던 조카가 떠오르며 사람이나 강아지나 똑같구나, 싶었다.


엄마도 좀 쉬게 엄마 품에서 그만 꼬물꼬물 거리고 코 자자, 아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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