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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Feb 21. 2021

이제는 매일 함께 산책합니다

마당 밖은 아직 위험해

처음으로 마당에서 다 같이 뒹굴고 놀던 날이 삼남매에게 정말 좋은 기억이었나 보다. 그 뒤 매일 우리와 두리가 산책한다고 나가는 시간이 되면, 더 정확히 말하면 아빠가 두리 집에 다가가는 소리만 들려도 아기들이 먼저 왕왕 소리 지르며 집에서 나오려고 준비를 한다. 그래서 이제는 매일 저녁 아빠가 우리와 두리를 데리고 산책 가는 시간 동안 삼남매는 엄마의 통솔 하에 마당에서 첨벙첨벙 뛰어놀게 되었다. 때마침 날씨도 포근해져 아기들이 놀기에 제격이다. 산책을 하고 돌아온 우리와 두리를 딸랑이 소리를 내며 반겨주는 삼남매의 모습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태어나자 마자는 앞도 못 보고 걷지도 못 하던 아이들이 한 달 반 만에 이제는 너무 빨리 달리고 뛰어다녀 엄마는 세 마리를 보는데 정신이 없다며 혀를 내두르신다. 그도 그럴 것이 마당 밖은 아직 위험하니 밖으로 못 나가게 하지만 우리와 두리가 나가는 모습을 보고 나가는 길을 인지해서 인지, 아니면 냄새를 맡다가 우리와 두리 냄새를 맡아서 인지 종종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엄마의 눈과 손은 두 개밖에 없고 아기들은 세 마리니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지금이 제일 이쁠 때라며 삼남매를 볼 때마다 부모님은 항상 함박웃음을 짓고 계셔서 기분은 좋다.

정신없이 뛰어 다니는 삼남매와 우리, 두리

주말에는 가족 모두가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집에 있으니 우리도 두리도 그리고 삼남매도 덩달아 신이 나나보다. 다 같이 마당에서 노는 시간도 많아지고 같이 있는 시간이 훨씬 늘어나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주중에도 한 사람만이라도 집에 항상 있으면서 좀 더 우리와 두리를 돌보아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작년에는 한동안 내가 집에 항시 있었기에 매일 4-5번의 산책을 시킬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아빠는 독일로 돌아가는 나에게 우리와 두리가 제일 섭섭해할 것이라고 하셨지만 길거리에 개만 지나가도 눈을 못 떼고 쳐다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나의 털북숭이들이 내 곁에 없는 그 허전함은 우리, 두리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아주 크게 작용하나 보다.

우리와 두리도 따라갈 수 없는 체력을 가진 아기들

오늘은 셋째를 분양받겠다던 사람이 나타났다. 셋째는 특히나 다른 아이들보다 더 품에 안겨 있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을 많이 따라서 이쁨 많이 받겠다 싶었는데 여수에서 오늘 당장 와서 데리고 가겠다며 분양비도 바로 계좌 이체하시는 화끈한 성격의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동생이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눠보니 농장에 묶어두고 경비견으로 키울 것이라는 말에 바로 분양비를 돌려드리고 분양 취소를 하였다. 농장에 묶어두고 경비견이라니..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당황스럽기만 하다. 따뜻한 가정에서 이쁨 받으며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분양비를 높게 책정하였는데, 그 비싼 분양비를 내고 데리고 가서는 농장에 묶어두려고만 한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엄마는 말이 농장에 경비견이지 잘 대해 주실 것이라며, 대형견을 안 묶어두고 우리처럼 키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하셨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형견도 집에서 같이 지내는 경우가 많아졌고, 얼마든지 대형견도 가족들과 잘 지낼 수 있다. 개는 개처럼 키워야 된다, 그게 개들이 더 행복하게 사는 방식이다, 라고 하시지만 밖에 혼자 묶여 지내는 게 개처럼 사는 삶이고 그것이 그들이 행복해지는 삶이라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개들의 시선이 아닌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사람들이 편해지기 위한 이기심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노인들이 나이가 들어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자주 넘어지거나 다치는 모습, 기억이 깜박거리는 모습만 보고 원래 자신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노인들의 말은 뒤로 한채 내 마음만 편하자고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점만 생각하며 양로원이나 노인병원으로 모시고 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자신이 어떤 가정으로 분양되는지는 그 강아지의 운이고 인연이라는 엄마 말에도 나는 불같이 화를 내었다. 사람이 태어날 때의 자신의 부모는 못 고르지만 시부모는 내가 보고 어느 정도는 고를 수 있듯이, 강아지들도 자신들이 태어난 가정은 못 고를지언정 평생 같이 살 가정은 우리가 어느 정도는 골라 줄 수 있지 않느냐고 말이다. 삼남매들이 어디 한 곳에만 묶여 산책도 제대로 못 하고 평생 지내는 곳이 아닌 좀 더 넓은 세상을 다닐 수 있을 따뜻한 곳으로 갈 때까지 열심히 찾아보고 연락도 주고받을 것이다. 이 이쁜 아기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으로 간다면 무엇인들 못 할까. 지금은, 새로운 가족을 찾기 전까지는 두리의 사료까지 다 뺏아야 먹는 통통한 요 아기들이 계속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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