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글맹글 Jan 01. 2021

새해 폭죽 금지라고 하지 않았나요?

2021년이 밝았습니다

2021년이 밝았다. 지독했던 2020년 마지막 날도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집 안에서, 침대 안에서 보내고 있었고, 한국 시간으로 새해가 밝았을 때부터, 여기는 오후 4시지만 한국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새해 인사 메시지가 한참 오고 갔다. 이 메시지들을 보니 정말 2020년이 끝나기는 끝났구나 싶은 마음은 들었지만 아직 현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후 6시 후부터는 유럽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메시지들이 오고 갔고, 그 후 한동안은 휴대폰도 조용했기에 여기 시간으로 벌써 밤 11시가 넘었다는 것을, 이제 1시간 뒤면 2021년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때쯤,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내 귀를 의심하며 발코니로 나가 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서 폭죽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폭죽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금지라고 들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생각하며 7부 잠옷 바지를 입고 있었기에 다리가 시려 다시 방에 들어왔다.


밤 11시 58분쯤부터는 이 건물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발코니에 나와서 새해를 기다리는 듯했다. 함성을 지르다가 "Happy new year!!!"이라며 허공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도 덩달아 발코니로 나가서 저 멀리서 보이는 폭죽들과 함께 사람들의 함성 소리를 담기 위해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는데, 이 사람들 덕분에 카운트 다운도 들을 수 있었고, 새해 인사도 들을 수 있었다. 폭죽을 보고 다들 구경하러 나가고 모이면 어쩌지 걱정하였는데, 발코니에 나와 있는 사람들을 보니 대부분이 집에서 가족들과 혹은 연인, 친구와 2-3명이서 구경하는 것 같아서 안도했다. 폭죽행사가 열리지 않는다고 해야 사람들이 몰리지 않으니, 우선 폭죽행사를 안 한다고 했다가, 그래도 새해 느낌은 날 수 있게 멀리서 폭죽을 터트려 준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 11층에 있는 나의 집 덕분에, 발코니에 나가서 왼쪽으로 90도를 꺾어서 보면 쾰른 돔이 보이는 광경에, 거기다 저 멀리 라인 강을 따라 터지는 폭죽 덕분에 발코니에서 작게나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말연시를 온전히 나 혼자서 보내는 나날들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혼자인 것 같지 않았다. 기계를 통해서가 아닌, 생으로 사람의 육성을 생생히 들으며, 같은 광경을 한 공간에서 함께 보며 간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 번도 교류한 적도 없고 대부분 본 적도 없는 이 수많은 사람들과 뭔지 모를 무언의 연결이 된 느낌이 들었다. 쫄보여서 함께 카운트 다운을 소리 내서 하지 못 하였고, 새해 인사에 소리 내서 답례를 하지는 못 하였지만, 동영상을 찍다 나도 모르게 소리 내서 피식 웃은 것만으로도 이 순간이 아주 소중해졌다. 이름 모를 이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새해맞이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2021년이 밝았다. 올해는 평안하고 건강하고 기쁨 가득, 원하는 일이 모두 잘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 쾰른에서의 연말연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