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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Nov 25. 2020

햇살을 몰고 다니는 소녀

남동쪽으로 향해 있는 나의 방

네덜란드, 독일, 영국, 이 근방에 있는 곳들은 여름 몇 개월을 제외하고는 해도 짧고 구름 낀 날이 대부분이며 우산 쓰기도 애매한 비가 왔다 갔다 하는 날이 참 많다. 처음 이 곳 날씨를 접한 건 네덜란드의 7월이었다. 해가 밤 10시가 되어도 지지 않고, 낮에는 사람들이 웃통을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공원에 누워 있거나 자신의 집 앞에 의자 혹은 벤치를 나 두고 앉아 있는 모습에 무슨 일인가 싶었다. 동양권 밖을 놀러 잠시 다녀온 것 외에는 처음이었기에 새삼 민망스럽고 왜 저러나 싶었다. 나에게 7월, 8월의 네덜란드의 햇빛은 너무 강하였고 너무 길어서 저녁을 두 번이나 먹어야 할 정도였기에 조금은 이 햇빛이 거추장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9월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내가 아주 오만한 사람이었음을 깨달았고 11월이 시작되고부터는 나도 그들과 함께 햇살이 잠시라도 창문에 비치면 덩달아 집 밖을 뛰쳐나가 햇빛에 온 몸을 맡겼다.


집 발코니에서 보이는 하늘

그리고 지금 여기, 쾰른도 네덜란드와 다를 바 없이 11월이 시작되고 쏴아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아닌 엉거주춤한 이도 저도 아닌 비가 왔다가 갔다가 오다 말다 하는 나날과 구름으로 잔뜩 껴 있는 하늘인 나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거기다 올해 9월에 한국에서 돌아왔을 때에는 해가 저녁 8시 넘어지더니, 지금은 오후 4시 35분만 되어도 져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해가 뜰 때에는 어김없이 햇살이 창문에 가득 비치는데 나는 이 시간이 정말 좋다. 나의 방은 한쪽 벽면이, 즉 발코니로 향하는 곳이 통유리창이다. 이 통유리창은 감사하게도 남동쪽을 향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침에 정말 구름으로 꽉 찬 하늘이 아니라면 해가 뜰 때 창문을 통하여 햇살과 함께 따뜻한 공기가 방안을 감싼다. 아주 조금의 단점이 있다면 이 시간이 점점 늦어져 오전 11시가 넘어도 해가 뜨는 중인지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책상에 다가가 앉을 수조차 없다. 그래도 햇빛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나의 건강을 위해서도, 생활리듬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라는 것을 알기에 투덜대기보다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여행을 가도 거진 대부분은 날씨가 안 좋다가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은 나에게, 어쩜 방도 남동쪽 방향을 보고 있는 방이 운 좋게 걸렸을까. 나는 지금 이 기회를 살려 햇빛 많이 보고 비타민D 많이 흡수해서 더욱더 긍정 에너지가 뿜뿜 솟아나는 생명체로 거듭나는 중이다. 올 겨울은 매일 아침 햇빛과 함께 일어나 활기찬 하루하루가 쌓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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