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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맹글 Nov 25. 2020

여기도 저기도 가을 향기

단풍과 단감

가을이다. 10월이 되자 날씨부터 가을 느낌을 물씬 풍기더니 점점 단풍이 이쁘게 지는 걸 보고, 가을은 가을이구나 생각했다. 쾰른은 도시 안에 크고 작은 공원이 많은데, 특히나 공원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큰, 이름부터 '도시의 숲 (Stadtwald)'이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원이 있다. 가끔 산책을 하러 가지만 한 번 가면 최소 2시간 반은 걷다가 앉아 있다가 하다 반나절이 사라져 버려 2주에 한 번 정도 가게 되는 것 같다.

숲과 같은 거대한 공원의 가을 풍경

특히 평일에는 사람도 적고 한산하여 최적의 산책로다. 걷다 보면 강아지들이 산책하다 친구들을 만나 나뭇가지를 물고 같이 나뒹굴며 노는 모습, 그러다 주인이 부르면 달려가 주인 곁만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 유치원이 끝나고 친구들과 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고, 거기다 오리와 거위들이 도토리를 먹는 모습도 포착할 수 있다. 도토리를 얼마나 먹었는지 포동포동 살이 찐 모습을 보면 흐뭇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도토리를 먹는 거위들의 모습


하루는 슈퍼를 갔다가 단감을 발견하였다. 독일에서 단감이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맛이 한국과 같을까 궁금하기도 해서 두 개만 사보았다. 스페인에서 왔다는데, 이름은 'KAKI' 일본어로 '감'이다. 일본에서 종자를 수입하여 스페인에서 재배한 것을 독일이 재수입해 온 것일까, 유추해보며 먹어보았다. 웬걸, 한국의 그리고 일본의 단감 맛 그대로다. 아주 조금은 떫지만 달달하니 입 속에 가을이 가득이다. 생긴 것만 똑같을 줄 알았는데 맛까지 그대로 실현되었을 줄이야.

독일에서의 첫 단감

요 단감 덕분에 단풍과 함께 올해는 눈뿐만 아니라 입까지 가을을 만끽하게 되었다. 겨울이 오기 전까지 열심히 사서 깎아 먹어야지. 단감이 가고 나면 또 어떤 과일이 슈퍼에 진열될까.


봉쇄로 인하여 사람이 오고 가는 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과일과 야채들을 보며 '스페인에서 온 과일이네. 스페인은 상황이 아직도 많이 안 좋은가, 좀 나아지고 있는가' 와 같이 서로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어떻게든 이 시간은 지나가고 계절은 변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음에,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아쉬움을 달래어 본다. 전 세계가 힘든 이 시간도 곧 지나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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