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루츠캔디 Jan 01. 2024

04 다음 연애로 마음의 상처를 없앨수 있나?

#심리,#솔로지옥, #연애,#이별,#캐나다워홀

이쯤에서 내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내가 워홀을 떠날 때 나는 사실 자유를 추구했던 것 같다.

대학생 시절에도 나는 훌쩍 떠나고 싶어 이곳 저곳 방학때마다 여행을 떠났는데, 지금 마흔살이 가까운 사람이 되어보니 그때 다 그만한 원인이 다 있었던거다.

돈을 벌어야하거나 사회적 성공을 얻어야한다거나 미스코리아 나가야한다는 부담을 준 부모한테서 자란 것은 다행히 아니었다. 내 글들을 찬찬히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그것과 반대의 환경에서 자랐고, 오히려 나르시시스트의 진상이 온 세상에 벗겨지기 이전에는 그들의 자녀인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강력한 지도력으로 나를 이끌어주고, 매의눈으로 나를 파악해 (이게 아님을 알았다.) 갈길을 코치해주는 부모가 있으면 든든하겠지 생각들었던 어린시절이었다. 내면이 외롭다보니, 어쩐지 모를 강렬한 매력이 있는 사람에게 끌렸던 것이 사실이고, 내 또래 남자보다는 한참 연상이며, 최고 좋은 학교,일류직업,좋은 동네로 든든하게 나를 감싸줄 사람과만 연애했는데, 백이면 백 모두 나르시시스트들이었던 것 같다. 정작 그들 스스로는 몰랐지만, 그들의 부모 중 적어도 한분은 강력한 나르시시스트들이었고, 그들은 자신의 부모를 마음속으로는 부정하지만, 결국 생존에 유리하다 여기는지 닮아버려, 그렇게 커져 있는 케이스였다. 그때에는 나르시시스트의 개념이 온세상에 퍼지기 전이어서, 특정 단어로 정의내릴 수 없었지만, 그때도 뭔가 이상했다. 겉은 화려했지만 속은 황폐했다. 길바닥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걸 개의치 않고,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도 함부로대하며 기껏해야 비아냥 섞인 가식적 친절이 전부였다. 평소 자신들이 면전에서 대놓고 무시하는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내게취해주는 여왕취급에 홀딱 녹았던것 같다. 도도한척 절대 티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자아의 주체성을 잃을 뻔 한게 사실이다. 공통적인 점은, 그들은 모두 화려한 면모와 달리 내면에 어딘지모를 그림자가 비추었고,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았으며, 이 외로운 나는 그들의 마음의 결핍을 내가 채워줄 수 있다고 믿었던 것같다. 그렇게라도 내 존재를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상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면, 상대에게 내가 소중한 사람이 되며 그 마음에 내 존재감이 생기고, 내 외로움도 채워지겠지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지금생각해보면...


그렇다보니 내 연애는 알콩달콩 친구처럼 토닥토닥 이야기를 나누고, 손잡고 같이 걷고, 커피마시고, 경치좋은 곳에 여행가서 신나게 놀고 그런 형태의 스무살 초반의 연애라기보다는 시도때도 없이 명품 선물을 턱하니 받고, 여왕마마처럼 떠받들어지다가 어느순간 낙하산 추락하듯 자존감이 황폐해지고, 또 외로움에 다른 사람을 만났지만 또 비슷한 연애의 시작이었고, 끝이었다. 롤러코스터같은 삶이었다. 공부가 눈에 들어올리도 없었고, 동성친구들과의 관계는 남자에 미쳐있는 나로인해 서서히 멀어져갔다. 주변 친구들을 서서히 서운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주변친구들에게 보여지는 화려한 연애의 모습은 그만큼 그림자가 컸다. 그때까지도 나는 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몰랐다.

모두에게 도도하지만, 내 또래 남자애들은 남자로 보지도 않았지만, 정작 왜 그렇게 힘있어 보이는 상대에게 한없이 무너져버리는 지, 그렇게 힘든 연애를 하면서도 정작 나에게 큰 힘을 발휘하기보단 친구로서 알콩달콩할 수 있는 한두살 서너살 차이나는 남자애들한테는 왜 그렇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못 느끼는 건지...


20대 초반, 그때를 생각하면 결혼전까지 정말 나는 내 마음속에 채 자라지 못한 내면아이의 존재를 알지 못했기에, 아니 애써 숨기려 했기에 내 마음보다 강한  자극을 주는, 외부로 부터 불어닥치는 폭풍우를 찾아다니며 내 안에 뻥뚫려버린 마음을 못본 채 하려했던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03 워홀러는 이민자 마음가짐을 갖고 살면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