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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루츠캔디 May 08. 2024

이민 전, 후 학교를 옮겨다니는 아이들

한 곳에 뿌리내리며 배우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 누군가 또는 특정지역을 비방하기 위함이 아닌, 나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글이니 오해 없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자녀의 학교생활이 이민생활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부모님들은 전혀 없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민생활은 불안전한 정착을 뜻하므로, 언제 어느때에 어떤 도시, 어떤 주로 옮기게 될 지에 대해서는 적어도 내 나라에서 지역을 옮기는 것 만큼이나 항상 계획적일 수는 없습니다.

특별히 남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주어 당당하지 못하게 도망다녀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민들레 꽃씨가 봄 한 철  이 곳에서 저 곳으로 날아다니듯 나에게 맞는 주와 도시 그리고 도시 안에서도 거주상황에 따라 이 커뮤니티에서 저 커뮤니티로 옮기게 될 줄은, 이민 전 한국 삶에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일이었습니다.


캐나다는 이른바 벤쿠버로 대표되는 BC (이니셜은 각 주의 이름을 말합니다.), 캘거리와 에드먼튼으로 대표되는 AB, 사스카툰과 리자이나라는 도시로 대표되는 SK, 위니펙과 브랜든이 있는 MB, 토론토와 오타와로 알려져있는 ON, 그리고 프랑스마을로 알려진 QC와 극동부의 아름다운 도시와 해안가 마을들로 이루어진 여러 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어떤 주의 어떤 도시로 가야할까요? 주의 해야할 사항은 각 주가 서로 다른 나라처럼 각자 커다란 자치권을 갖고 운영중이라 같은 캐나다 안이라도 완전히 다른 제도와 의료, 생활모습을 보인다는 것 입니다. 한국인이 다른 나라 이민자들과 다른 점은 이민을 왔으면 당연히 각 주의 '도시'에의 정착을 원한다는 겁니다. 농촌또는 근교에 정착해 농업에 임하고자 하는 사람은 국제커플들 이외에는 거의 안계시는 것 같아요. BC에서 QC까지 이민 초기 10년동안 모두 제가 직접 살아본 결과를 갖고 내 생각을 정리하며 이번 화를 써보고자 합니다.


애초에 나 그리고 내 가족에게 맞는 주, 도시, 지역에 맞게 찾아들어 갈 수 있도록 정교한 AI의 도움을 받는다면 차라리 낫겠다만, 사람은 이성이 아닌 감성의 동물이며, 일단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조차도 정밀한 파악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특정 도시 및 주와 나의 생활궁합을 비교하고 이민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경험없이는 불가능 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무방비 상태에서 내게 노출되는 광고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습관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도시를 선택해 들어갑니다.


여기서 말하는 광고란 이민업체의 어설픈 학교소개 광고나 투자유치 관련 광고를 말하는 것 이 아닙니다.

특정 주들은 각 주 정부차원의 광고를 아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텍사스나 알버타 콜링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텍사스의 사례는 알버타를 분석하고 증명하기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주 세금이 없다라는 정보는 이주를 결심하고 있는 누구에게든 매력적이며, 실제적인 정보처럼 여겨집니다. 여기는 지하자원이 많아 땅속에 돈이 묻혀있는 신의 축복을 받은 곳 이기 때문에 땅파먹어도 충분하다든지요. 땅을 누가 팔(Mining)까요? 거대자본의 설계와 투자 없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요? 그 곳에서 엔지니어도 아니고 대기업총수도 아닌 우리가족은 남들 잔치에서 정작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우리가 알버타에 살았던 그 몇년 전에는 커다란 지하자원이 발견되어 그 주에 속한 모든 사람들에게 몇 백불의 상당한 돈을 배분해 주기도 했으며, 이 사례는 알버타지역 인력유입에 상당한 힘을 가진 홍보자료로 쓰입니다. 관련없는 사람에게도 몇백불의 돈을 한방에 쏘아줬는데, 모든 지역을 동등한 관점에서 비교평가하고 시작하겠다는 초기 이민자 중, 알버타로 안가고 버틸사람이 과연있을까요? 일할사람이 많으면 대기업은 너무 좋습니다. 사람값이 가장 비싼데 인구가 10%만 증가해도 체감임금은 상당히 떨어집니다.


그 안에서 내가 모든 경쟁자를 한방에 재끼고, 진두지휘 가능한 능력을 가지며,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합니다. 그건 고사하고서라도 내 역할이 무엇일지, 누가 나만 기다리며 자리하나쯤은 준다고 약속했다는지...사람이 많을 수록 기업에 이익이 크며, 그것은 정부의 이익으로 곧바로 이어지는데 알버타 정부차원의 광고를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많은 돈을 주면서도 사람을 데리고와야하는 이유는, 그 뒤에 숨은 이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을 운영하실계획이라면 알버타를 적극 추천합니다.

높은 생활물가와 낮은 임금을 경험하며 살아보기전까지는 아마도 비씨나 온주에 접근할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자신의 지역선정 우선순위에 그 주 들을 놓습니다.


캐나다로 이민 온 한국인들은 날마다 사람마다 세금걱정하면서 왜 그 주에 가지 않지? 주정부 세금이 없는 것을 나만 아나?
알버타로 결정하는 나의 결정이 단연 옳아


해당 주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모두는 비행기값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알버타주로 가야합니다. 왜 다른 사람들이 알버타를 빠져나와 한국이 아닌 다른 주로 갈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합니다. 한편 물가비싸고 살기 휘청한 온타리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유 또한 생각해보아야합니다. 나의 시각에서 벗어나자 이겁니다. 사실 사람들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현명할 텐데요. 주 세금이 없는 알버타로 무조건 고고씽을 외칠 것이 아니라, 각 주의 세금이 존재하는 이유또한 생각해보아야합니다.

지역을 옮기고 아이들의 학교를 옮겨대는 우여곡절을 최대한 줄이고, 보다 편안한 상태로 나와 가족이 정착하기 위해서 해야할 고민입니다.


나와 아직 어린 아이들이 있는 우리 가족은 생애주기상 세금의 혜택을 받는 입장일까요? 아니면 최소한의 정부, 최소한의 세금 테두리안에서 강력한 대기업들의 힘에 의존해야하는 입장일까요? 누군가의 편협한 사고방식처럼, 세금 혜택은 일종의 가난하고 게으르고 이기적인 사람들만이 추구하는 생존권일까요? 바꿔 말하면 우리가 한국을 떠나기로 결정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가족또한 앞서 설명한 이야기의 예외가 아니었던 한국사람이었습니다. 최소한의 세금납부로 최대한의 캐나다적 혜택을 보기 위한 첫 거주지는 알버타였습니다.

한국적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반영된 전형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었죠.



세금 등 돈을 떠나서라도 나와 내 가족은 한국 서울 살았던 몸인데, 그곳의 인프라에 익숙한 사람이 개인적으로도 최대한 양보한 도시규모크기는 캘거리와 애드먼튼 딱 거기 까지일거라 생각했었죠. 다른데는 쳐다도 안보았어요. 비시부터 큐시까지 살아보니 애초에 서울같은 메가급 도시는 캐나다 자체에 (지구에)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아니 미국 뉴욕이나 캘리에도 없다는 것을요. 대도시 순으로 캐나다에서의 삶의 질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계산이었습니다.  어차피 캐나다에 서울은 없으니 내가 살기 좋은 곳이 내가 살 곳이다는 현실적인 결론을 내리게 되었죠.


주 이동을 반복할 때, 아이들이 어렸으니 망정이지, 학교에 다니기 시작 한 후였다면 학교를 벌써 5번은 더 옮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인은 세금의 힘을 잘 인식할 수 없는 환경에서 성장했고, 성숙했습니다.

요즘에야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제가 한국에서 큰 아이를 임신했을 2010-2011년만해도 초기 임산부에게 주어지는 고운맘카드에는 총 15만원이었나 20만원의 돈이 임산부 10개월 동안에 주어지는 최대 혜택이었으니까요. 한번 산부인과 방문시에 초음파 검사다 뭐다 하는 이유로 납부했던 돈은 5만원이 넘었는데, 중기까지는 한 달에 한번, 말에는 일주일 또는 이주에 한번 병원에 방문하는 입장에서 병원비는 고사했던 돈의 양이었지만, 그래도 이름마저 예쁜 '고운맘카드'가 정부에서 나와 같은 임산부에게 무언가 작지만 큰 선물을 준다는 사실에 고마워한 처음이자 마지막 느낌이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임산부에게 주는 혜택이요? 이에 비하면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아이는 한국에서 작은 아이는 캐나다에서 임신, 출산을 경험해 본 바, 딴건 몰라도 임신과 출산, 육아는 당연히 캐나다에서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임신 전 1년간의 근무까지도 캐나다에서 하시라고 말씀드릴까합니다. 출산과 회복에 필요한 넓고 깨끗하게 리노베이션된 독실, 친절하고 충분한 의료진(전문의, 미드와이프, 자연주의출산가능), 병원 진료비, 초음파 검사비가 모두 무료이며, 아이에게 필요한 영양제 제공, 분유값, 생필품 그리고 우유 등 식료품할인 혜택과 영양제 쿠폰부터, 물론 주 마다 다릅니다만...하나 힌트를 드리자면, 아이를 임신하기 1년전에는 반드시 세금을 납부하며 일을 가지세요. 페이백을 드려야하는 한국직장도 상관없습니다. 일단 세금 신고하는 금액이 중요하니까요. 세금 신고 금액에 비례해 임신수당을 받게되니(내가 납부한 세금 기준으로 매달 월급의 50-100%  "회사가 아닌 국가에서 받음" 10개월 내지 1년간, 아빠인 남자의 경우에도 가능, 이 제도또한 주정부의 관할에 있으니 각 주마다 비율과 기간이 다릅니다. 아기를 낳은 후에는 어떻고요. 같은 양질의 데이케어 서비스에 대해 어떤 주는 한달 약 2000불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것과 달리 어떤 주는 거의 무료 서비스를 시행중입니다. 주정부 세금이 없는 주로 이주해서 개인부담금이 높으면... 우리 가족에게 좋을까요?데이케어 뿐만 아니라 매사가 그런식입니다.육아수당이라는 것도 한 사람당 각 주 기준에 맞추어 소득과 관계없이+ 관계 있이 받게 됩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는 동안 분유없이 모유만 먹이고 특별히 사치를 하지 않더라도 돈은 필요합니다.  내가 속한 주 정부가 나와 내 가족을 수용적으로 받아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니, 나도 내 아이에게 현실적으로 수용적인 태도를 갖게 되고, 그것때문인지 아이의 성품도 느긋하고 품위있더군요.


한국처럼 중앙집권을 생각하시고 주 이동과 선택에 단순 결정하시면 정말 큰일나요. 역이민의 이유중 상당 수가, 내가 선택한 주의 제도와 나의 상황이 잘 매칭되지 않아서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상당합니다.  전혀 다른 캐나다가 다른 주에는 존재하고 있단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원래 판단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내 아이들이 학교라는 단체소속된 후에는 아이를 생각한다면 이 주 저 주  살아볼 기회가 없어지니 탐색기회가 박탈당한 채, 내가 경험한 것이 캐나다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것이 자연스러워서 입니다.


한국에서 세금은 그저 내 월급에서 제거해야하는 목돈이었고, 그나마도 받는 1년의 한번인 세금신고를 통해서도 돌려받는 돈보다는 추가로 지불해야하는 돈이 싱글의 입장상 상당했었습니다. 국민연금은 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세금은 마땅히 내야하는 돈, 지출에 그친다 생각했지,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 국가가 알뜰하게 이용해야하는 돈 이라는 경험과 교육이 부재했기에 캐나다에 와서 이 개념을 만드느라 꽤 긴 시간을 보내야했음을 고백합니다. 이미 사회보장제도에 익숙한 유럽출신들은 이부분에 대해 처음부터 상당히 잘 적응하더군요.


캐나다 세금의 혜택은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교육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세금이 많은 주는 학교 교직원의 양과 질도 풍성하고, 학급당 학생 수가 적으며, 교육프로그램이 다양합니다.

한국적 사고방식으로 이 곳에 와서도 사립학교를 문의하시는 부모님이 상당히 계신데, 개인적 신념에 의한 선택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단순 교육의 질 측면에서 볼때 굳이 사립교육을 추구해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순 개인적 불안과 아이가 잘 커줬으면 하는 염원을 한방에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서의 사립교육은 글쎄요. 곧 죽어도 알버타와 같은 논리 아닐까 합니다만. 개인의 인간성이나 학습능력은 가족의 유전자 및 분위기로부터 가장 강력한 영향을 받더군요.


제 지론이 절대 주변사람들이나 제 글에 돈 이야기만큼은 하지 않는다 이니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내가 좀 더 용감하고 현명했더라면, 정부가 굳이 앞다투어 여기로 오라고 손짓하지 않는 숨은 보물같은 주 들로 처음부터 와  무조건 먼저 깃발꽂고 이따금씩 부채질하고 연료주며 나 자신을 성장시켰을 것 같습니다. 직종이 무엇이든 나라까지 제 힘으로 바꾼 부모가 버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도 부모를 거울삼아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갖고 성장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이민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의대입시나 영어에 대한 압박감을 줄여주기 위함인가요? 물론 그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만, 이민자로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삶의 소중한 가치는, 태어남을 당한 나라에서 억지로 버티며 사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목숨인 나를 위한 삶을 내 의지와 가치관 그리고 내 힘으로 일궈 갈 수 있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나의 행동과 생각에 자부심을 갖고 키가 크던 작던 당당히 서면, 누가 나와 내 나라를 동양의 어느 작은 나라라 생각하며, 경제발전을 곳값게 생각하든 말든, 말도 안되는 주제로 평가절하 하든 말든 그건 그들의 사정이니 내가 신경쓰고 휘청할 바는 아니라 생각됩니다.


몇 대에 걸친 친족사회가 뿌리내린 코리안 캐내디언은 아직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온 몸으로 진정한 자율성을 실천하고, 후세에 가르치고 계시는 이민자 여러분들께 경외의 박수를 쳐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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