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도 잠시, 느끼한 피자, 스파게티,.햄버거,스테이크, 중국음식, 한인마트 한국분식 등으로 입이 고되질 이민 약6-7년차쯤 만난 영화[리틀 포레스트].
나는 이민 올때, 육과 영의 휴식을 위해 온 것도 아니었고, 굳이 말하자면 이십대 중반의 젊은 몸과 마음으로 뭐라도 할 수 있는 나이였기에 이민에 대한, 타지 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없이 불안과 기대로 얼룩진 초기 시작을 보냈기에 전원생활을 꿈꾸지도 않았고, 조기 은퇴를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저 한국에서 벗어난것만으로도 정신적 해방감에 뭘 먹어도 즐겁고, 돌아서면 금방 배고플 그런 막강 소화력을 자랑하던 시기였다.
아이 둘을 모유수유로 키워서였을까, 작지도 않은 키에 아이를 키우는 동안은 아무리 먹어도 신체대사가 원활해 한국에서 막 왔을때보다 오히려 몸무게가 2-3 kg정도 빠져있었다. 이십대였으니 가능했던 일이었다.
배우 김태리를 좋아하는데 그녀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라니, 영화가 무슨말을 하는지 듣고 싶어 영화를 켰다.
고된 삶의 무게에 지친 20대의 여학생이 고향집에 머물며, 음식도 먹고 친구들과 담소도 나누는 정다운 영화. 그 영화가 나오던 2018년부터 한국 귀촌 유행이 시작되었었지? 요즘은 시골집과 뜰을 감당하지 못하는 젊은 이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있어 시골집들이 텅텅 비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하는걸 보니, 역시 삶은 영화가 아니다.
캐나다에서는 그린떰이라는 말이잇다. 같은 땅에 같은 씨앗을 뿌려도 유난히 식물을 잘 키우고 재배가 잘되는 사람을 말한다. 금은 나무를 친다고 했던가, 나는 손에 금붙이가 달려있는지, 누구와 같은 땅에 같은 모종을 심어도 매년마다 항상 키가 같은 체로 겨울을 맞이한다. 그 쉬운, 잡과에 속한다는 깻잎을 길러도 8장을 넘은 적이 없다. 그 마저도 따먹기 아까워 겨우 골라 따 먹으면,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은 캐나다에서는 어느샌가 노랗게 빛이 쇈, 말라비틀어진 잎사귀들과 휜 줄기만 남을 뿐이다.
시도도 세 네 해 정도 했으면 되었지, 이제는 그 또한 마케팅의 일환이라 생각에 캐나다에 살면서도 정원생활에 대한 로망이 한치도 없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있다.
내 땅인데 잔디며 지붕을 관리 안한다고 벌금내야하는 삶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여,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가 붙어있는 지역의 괜찮은 콘도에 살며 학교와 커뮤니티센터의 넓은 뜰을 내 집처럼 이용하며 사는것으로 나의 삶의 방식이 자리잡은지 오래다.
카랑카랑한 나의 마음을 붙잡은 장면이 있다. 그건 바로, 위 영상 두번째에 나오는 배추전과 수제비. 어릴적 엄마랑 목욕을 하고 난 후 엄마는 집에 와 내가 좋아하는 감자와 애호박이 가득 든 수제비를 끓여주셨던 추억이 있다. 엄마의 기분에 따라 어떤 날은 말갛게 뽀얗고 어떤날은 얼큰한 김치맛.
내가 이 영화를 보았던 시기는 내가 학교에 다녔던 시기, 해부학 시험볼때 어찌나 긴장을 했었는지 ... 지친 맘을 이끌고 집에 와 내가 무의식적으로 끓인 건 김치수제비였다. 허기에서 나를 건지고자, 살고자 먹고있는 나를 놀란눈으로 쳐다보던 나의 큰 아들의 토끼눈이 아직도 마음에 선하다.
겨울날 떨며 밖에 있다 집에 들어와 따끈한 수제비를 먹으면 예나 지금이나 스스륵 잠이 온다.
그 기억 때문인지, 아직도 캐나다에 이민와 마음이 헛헛할 때, 엄마가 해 주신 음식이 그리울 때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반찬 삼아 용기를 먹고, 내일 나를 위해 펼쳐질 새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