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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루츠캔디 Dec 19. 2024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시원한 열정

나의 최애는 리정, 허니제이 그리고 코카인버터, 내가 맞은 얼음물 한 컵

학업 스트레스, 육아 스트레스, 가정 불화 스트레스, 이민 스트레스, 코비드 스트레스로 가만히만 있어도 땅이 100m정도는 꺼질무렵, 일주일에 한 번씩 보던 티비 프로그램이 있다 : 스트릿 우먼 파이터


이민 후, 첫 약 10년간은 일부러 한국 미디어를 배재한 채, 일부러 영어에만 감각을 노출시키려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시기에 필요한 일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꼭 그럴 필요도 없는 노릇이었다. 브런치 글을 쓰며, 한국어 감각을 최대한 스트레치 할수록, 나의 영어 표현의 디테일 또한 살아나기 때문이다.


이 날도 나의 굵은 다리통과 마음이 터질거 같이 고되어, 우연히 티비를 틀었다가 나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실제에서는 한번도 본적없는 잔뜩 흥분된 표정으로 본능적인 춤을 추고 있는 그들 말이다. 사람이 어쩜 그렇게 본능에 솔직할 수 있을까, 행복이란 저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심연에서 잠자고 있던 본능적 에너지가 꿈틀됨을 느꼈다.


자신 스스로가 행복한 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저거구나. 춤을 추는 동안 굳이 상대에게 말하지 않아도, 주체 할 수 없는 에너지가 그들의 피부 모공으로 마구마구 뿜어져나오는걸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이 여성들에게 한방 단단히 먹은 나였다. 한번도 내 삶의 방식에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이 사람들의 열정과 흥분은 나를 있는대로 자극하기 충분했다. 내 평생에 받은 가장 강력한 충격이었다.




똑똑히 봐, 삶은 이렇게 사는거야!


세상의 편견, 기준, 가치보다 자기자신을 믿고, 누가 뭐래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그들을 보며 나는 입을 다물수 없었다. 역시, 삶의 간지란 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지, 즐거운지,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을 수 있는지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 사람에게는 작은 실패도 좌절도 내가 짜놓은 삶의 큰 트랙안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아보였다. 그저 훌훌 털고, 다시 내 길을 가는, 초원에서 표호하는 젊은 사자 같아 보였다.


그들의 몸짓은 나를 향한 세상의 그 어떤 훈육보다, 자기계발서보다, 고서보다 강렬했다.


나를 야려보며 파워풀하게 춤추는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들이 있는 티비 앞에서 나도 함께 춤 파이팅에 참여하며, 내 혈관은 온통 찌릿찌릿한 얼음물로 상쾌하게 차올랐다.


본능이 깼다.


찌그러져 답답했던 내장기관이 쫙 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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