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더미(dummy)일때가 있엉
For dummies
나는 더미 시리즈를 좋아한다. 북미에서 출판되는 시리즈물인데 세상 모든 종류의 지식에 대해 차근히 설명해놓은 기본서이다. 오늘도 더미 책을 읽고 있었다.
"악,, 엄마, 알유 더미?"
내가 평소 책만 보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는 내 아들이라 책을 보는건 뭐 그렇구나 하는데, 더미책을 본다는 것이 아이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나보다.
"응, 썸타임즈"
엄마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어떤 면에서는 예외없이 더미라는 것을 인정하는 모습이 우스웠나보다. 푸하하하 웃는 아이의 모습에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완벽한 척 하며 살아야만 했는가가 느껴져 일종의 해방감마저 들었다.
나는 엄마가 엄청 똑똑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분명 어린 아이의 시각이다. 아직 사춘기를 거치지 않은 아이의 눈에 비친 부모는 모든 것을 다 아는 전지전능한 신인듯하다.. 나도 생각해보면 내 부모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시각보다는 엄마는 그리고 아빠는 모든 것을 다 알고 나를 품어줄 수 있는 전지전능한 하늘같은 사람이라 어찌보면 절대자 비슷한 존재라 믿고 살았던 것 같다.
아들은 나를 향해 더미더미 노래를 부르다가 내 표정이 사실을 인정하는 얼굴이 되니 금새 불안해졌는지 놀림을 멈춘다. 만11살인 아직은 부모에 대해 절대 의존상태구나, 아직은 안전기지가 필요하구나... 생각한다.
10대 후반이되고 20대가 되고 30대 그리고 40을 바라보게 되어 부모님의 그 때 나이를 넘으며, 내 부모님도 나에게는 부모님이시지만 그저 바깥에 돌아다니는 여느 사람들과 다를바 없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사람이구나, 엄마와 아ㅃㅏ라는 단어가 품고 이ㅆ는 절대적이고 이상적인 그 완성된 그림은 사실 99는 거품이구나 라는 것을 느ㄲㅣ며, 역시 사람이라는 존재는 알면 알수록 따지고 들면 들수록 생각보다 형편없는 부분이 많구나... 그런 부분들을 정직하게 인정하니 외려 각 사람의 빛나는 면이 보인다.